책을 읽는다는 건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마르크 로제의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를 읽고

by 책선비


요즘 학교, 도서관, 책방 등에서 다양한 독서모임을 통해 인생이 바뀌고 공동체가 변화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판되고 있다. 그 중에서 요양원을 배경으로 책 읽기의 의미와 재미를 말하는 소설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프랑스 작가 ‘마르크 로제’의 장편소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문학동네, 2020)다. 이 소설은 요양원 직원인 20세 청년과 문학을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우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대중 낭독가로 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화자 ‘그레구아르’는 대학 입시 시험에 실패하고 요양원 인턴 직원으로 일하는 20세 청년이다. 작은 서점을 운영했던 ‘피키에’ 할아버지를 알게 된 그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책 낭독을 하게 된다.책과 담을 쌓고 살았던 그레구아르는 점차 책의 세계에 빠져들고, 삶의 부조리에 무기력했던 예전과 달리 그는 조금씩 현실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기 시작한다. 한편, 두 사람만의 낭독회는 요양원 전체로 번지게 되면서 죽음의 공간이었던 곳이 점점 생기가 넘치고 기쁨과 열망, 소통과 연대가 일어나는 장소로 변화된다. 피키에의 마지막 부탁을 위해 열흘 간의 도보여행을 떠나게 된 그레구아르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만남이 성사되고, 말을 걸어줄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것은 책이지만 우리는 책 너머 그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소설 속 낭독회는 청년과 노인을 이어주고 요양원 직원들과 수용자들을 소통하게 하며, 멀어진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회복시켜준다. 또한 이민자와 성소수자와 같은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는 한 죽는 것은 불가능하다.”(p.110) 말 걸어주고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 결과는 사람을 살리는 일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다. 평생 문학을 사랑했던 피키에를 만났기 때문에 그레구아르도 책과 조금씩 친해진다. 또한 모든 문장을 꼼꼼하게 읽고 낭독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작품 속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났고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을 만난 그레구아르는 “주인공의 행동과 행위는 모두 나의 것이 된다.”(p.36)라고 고백한다. 소설을 읽으며 타인의 삶에 체화해보는 경험을 한 그레구아르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새로운 목표와 꿈을 향해 나아가는 큰 계기가 된다. 타인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 수 있으나 완성으로 가는 과정은 자신의 몫일 것이다. 진짜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야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이리라. 피키에는 죽기 전에 그 사실을 그레구아르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소설은 책과 사람을 통해 자기 인생을 수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레구아르는 죽음을 앞둔 피키에의 부탁으로 “펼쳐진 책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알리에노르 조각상”을 향해 도보 여행을 떠난다. 많은 위기와 절망의 순간을 딛고 “아무것도. 단 한 줄도 쓰여 있지 않은 책.”(p.226) 앞에서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대면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한다. 이제 그레구아르는 펼쳐진 책 위에 “내가 두 다리의 힘으로 스스로 발견해내기를 바랐던 그것”(p.293)을 세겨 넣을 것이다.



“책은 우리를 타자에게로 인도하는 길이란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나와 가까운 타자는 없기 때문에,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타자인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행위와도 같은 거지.”(p.51)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는 책을 매개로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과 인생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책의 유익과 인생의 깨달음을 주는 사유 넘치는 문장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인생의 무게에 힘겨워 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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