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잠이 없어진다는데, 나이를 거꾸로 먹는 모양이다. 잠과 정원 산책을 반복하길 일주일. 이호는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바다에 가자."
"갑자기?"
"가서 돌 주워와야지."
다크써클이 짙게 깔린 얼굴로 내게 그런 말을 해봤자 전혀 신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먼저 나를 이끌고 나갈 땐, 그럴만 한 이유가 있었다. 언제든 시간이 널널한 쪽은 나였다.
뭇 사람들의 북적임이, 소음이, 해일처럼 밀려들어온다.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 긴장한 몸이 느리게 안도한다.
넓은 모래사장, 파도를 즐기며 서핑하는 이들, 태닝한 피부를 뽐내며 모래 위를 걷는 이들, 선글라스를 낀 채 테라스에 앉아 식사 하는 이들. 뭐가 그리 좋은건지. 사실 나도 그들과 같은 환경이면 살맛나겠지. 라는 생각이 무심결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 또한 살맛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온전히 타인의 호의로.
"매 주 이곳에 오자."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내가 와보고 싶었어."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게 동행일 뿐이라면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도 염치란게 있는 사람이니까.
"... 이걸로 충분해?"
"뭐가?"
"그냥 이렇게 있는걸로."
"넌 시간이 많고, 나와 함께 있을 수 있고, 나는 돈이 많고, 시간은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거지. 그게 너라면 더 좋고."
그는 못 본 새 많이 달라졌다. 속을 내비치는 것도, 다소 제멋대로 구는 것도, 조금은 뻔뻔한 것도. 하지만 모두 날 챙기는걸로 끝났다. 그건 같았다.
"그럼 다른 곳도 가."
하늘거리는 그의 반소매 셔츠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맞췄다. 그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만 짓는다.
잎사귀가 아주 커다란 화분이 더 눈에 띄었다. 가격표가 조그맣게 적혀 있었다. 짙은 녹색, 열대 나무가 작게 변한 것 같은 식물이다. 이름을 알 수 있었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직접 지어주는 이름이 더 좋았다.
"성성이..가 좋겠어."
"무슨 의민데?"
"그런건 없어. 그냥 그렇게 생겨서 지은거야."
변덕이 일어 그의 웃음 소리를 뒤로 하고 해변가로 향했다. 언제 아팠냐는 듯 쌩쌩한 다리였으나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국의 첫인상이 폐가와 사고였다. 아직 내게 이곳은 위험한 나라다. 하얀 조개 껍데기가 보였다. 이것도 돌처럼 딱딱하니까. 비일상적인 하루다. 그러니 오늘은 특별한 돌을 주울 생각이다. 모래에 코를 박듯이 집중했다. 돌도 모았다. 하얀돌, 하늘색돌, 연분홍돌, 보석같이 반짝이는돌. 한아름 양 손에 들었다. 어느 새 곁에 이호가 다가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쇼핑백에 담긴 성성이 화분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