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주저함도 많은 사람이다. 나는. 이호가 며칠 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주인이 없는 집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변하는 날씨와 낮과 밤을 창 너머로 바라보는 것.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아주 호화로운 식사를 주며, 나를 보살펴주는 고용인, 데인과 대화하는 것. 내 곁에서 꼬리를 흔들고, 함께 있고, 잠드는 테오를 쓰다듬거나 바라보는 것. 잔잔하고 웃음을 주는 일상이 가득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집주인인 이호가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사과할 기회도 없었다.
라면이 먹고 싶었다. 일주일 째 되는 날이었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데인이라면 해줄 것 같다는 무책임한 생각도 했다. 두세시간 정도 벨을 누르기 망설였다. 쥐고만 있었고, 누르려다가도 다시 내려놓는 행위를 반복했다. 테오는 계속 꼬리를 흔들거나 이따금 짖으며 내 관심을 가져가더니 무턱대고 벨을 눌렀다. 그는 5분이 채 되기도 전에 노크 후 내 방으로 들어왔다.
"찾으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아.. 그.. 라면이.."
매우 정중하고 프로다운 모습으로 내게 원하는 라면 종류를 물은 뒤 나갔다. 이윽고 아주 화려한 식기에 김이 펄펄 나는 라면이 담겨 나왔다. 나는 테오를 한 번 바라보다가 라면을 먹었다. 이전같은 맛이 나지 않았다. 양은 냄비에 아무렇게나 끓여 먹었던 지난 날이 떠올랐다. 데인과 쉐프의 정성이 들어갔으니 말로 꺼내지 않고 그릇을 다 비웠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먹었어요."
"이게 제 일인걸요. 참, 내일부터는 산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정원에 가보시는건 어떨까요."
"아, 다행이네요. 네 그렇게 할게요."
데인은 나의 서먹한 반응에도 아랑곳않고 언제나와 같은 차분하고 절제된 몸짓으로 식기들을 정리했다. 이쯤되니 이호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다니는 회사가 거대하고, 직위가 상당하다고 해도, 이렇게 고용인을 둔 화려한 집을 계속 비우기 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안전거리가 가장 중요하니 더이상 움직여 선을 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니케의 조각상을 본 적이 있다. 승리의 여신이란 이름과 달리 머리, 양팔, 한쪽 날개가 부러져 있었다. 세월이 쌓인 결과다. 무작정 돈을 모아 떠난 여행에서 만났다. 호두과자 장인 이후로 니케의 장인이 되고 싶어졌다. 한동안 조사를 하며 파고들었고, 알바처에서 만난 이들 모두 쓸데없는 짓 그만두고 어서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장인이 되고 싶었다. 어떠한 것에 대한 장인인지 아직 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