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13일(수) 맑음
코스 : 불광역 2번 출구~ 장미공원~ 탕춘대성 암문~ 평창마을길~ 형제봉 입구~ 성북생태체험관~ 화계사~ 화계역
이제 일곱번째 서울둘레길 완주도 막바지다. 오늘 걷고 나면 다음주엔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둘레길을 완주한다고 해서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것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뿌듯하면 됐다.
오늘은 지난주에 걷다 만 장미공원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18코스(북한산 종로코스, 7.4km) 출발지점이다. 여기까지 가려면 지하철 6호선을 타고 불광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 1km쯤 가야 한다. 마침 출근시간이라 지하철을 타기 위해 마주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10분쯤 걸어 장미공원에 도착했는데, 바로 계단이 맞아준다. 이젠 이 정도 계단은 대수롭지 않다. 그렇다고 힘이 안든 건 아니지만, 서울에서 산행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받아야 들여야만 한다. 이참에 다리 근육운동 하는 셈치고.
지금은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구간을 걷고 있다. 여긴 북한산둘레길 7구간인 옛성길 구간이다. 그러니까, 서울둘레길은 북한산둘레길을 거꾸로 걷는 셈이다. 즉, 오늘은 7구간부터 3구간(흰구름길)까지 걸을 예정이다.
15분쯤 산을 올라 ‘서울시선정 우수조망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북한산종주를 하면서 지나는 여러 봉우리들이 한꺼번에 보인다. 앞에 큰 나무들이 조금씩 가리긴 하지만 족두리봉부터 보현봉까지 7개 봉우리가 차례대로 있다. 그 사이에 사모바위도 한몫 차지했다.
8시18분, 탕춘대성 암문에 도착했다. 탕춘대성(蕩春臺城)은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으로, 연산군의 연회장소인 탕춘대가 가까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한성 서쪽에 있어서 서성(西城)이라고도 불렸다. 인왕산 동북쪽에서 향로봉까지 5.1km에 달하는데, 훼손 멸실됐던 것을 1977년 일부 구간만 복원 정비했다.
북한산둘레길 7구간이 끝나고 6구간(평창마을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북한산둘레길은 65km를 20개 구간으로 나눴기 때문에 구간거리가 짧다. 그리고 6.8km의 우이령길을 포함하면 북한산둘레길 전체거리는 71.8km다.
평창마을길은 이름 그대로 평창동 일대를 걷는 구간이다. 10년전인 2014년 서울특별시 건축상(우수상)을 받은 주택도 보이고, 주한 코트디부아르 대사관저도 지난다. 그리고 끝없는 오르막길이 4km쯤 이어진다. 40년 가까이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단독주택 생활이 낯설기도 하지만, 여긴 차를 타고라도 오르내리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이 급경사 도로에 주차해놓은 걸 보면 언제 미끄러질지 모를 불안감이 생긴다. 그렇잖아도 가끔 급경사도로에서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가끔 뉴스에도 나오는 걸 봤기 때문에 보기에 더 안쓰럽다.
8시53분, 청련사(靑蓮寺)에 도착했다. 미륵불상과 금강역사상(金剛力士像) 사이에 법구경(法句經) 말씀이 오석(烏石)에 새겨져 있는데, 그 문구가 낯익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사랑도 벗어놓고 마음도 비워두고, 聊無愛而無憎兮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如水如風而終我
이 문구는 누군가 지은 시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옹선사(懶翁禪師)의 게송(揭頌)이라고 나오니, 더더욱 출처를 모르겠다.
9시32분, 평창마을 끝자락에 있는 연화정사(蓮華精舍)에 도착했다. 그런데 절 사(寺)가 아니고, 집 사(舍)다. 무슨 뜻이지? 그리고, 그 옆에는 ‘사단법인 대승불교 본원종 총무원’이란 간판이 걸려있다. 이곳을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승불교 본원종(大乘佛敎本願宗)은 한국불교 27개 종단 중 하나며, 1989년 창종(創宗)했다. 수원 통일사 등 120여개 사찰이 있고, 총본산은 종로구 무악동의 본원정사이며, 총무원은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불교에 이런 종파가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게 됐다.
9시41분, 평창마을을 벗어나 스탬프함이 있는 형제봉입구에 도착했다. 서울둘레길은 여기서 19코스(북한산 성북코스, 6km)가 시작되고, 북한산둘레길 5구간(명상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도 어김없이 계단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급경사를 오르고 내리느라 발이 아팠는데, 여기부턴 무릎이 아플 차례다.
그래도 이내 숲속 흙길이 이어지니 발도 무릎도 쉬어간다. 요즘 11월치고 기온이 높다고 하는데, 계절은 완연히 가을로 바뀐 것 같다. 길바닥엔 낙엽이 많이 떨어져있다. 지난주보다 더 많이.
산을 내려오면서 명상길이 끝나고, 솔샘길(4구간)은 자동차도로 옆 보행로를 따라 이어진다.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를 지나고, 시내버스 종점을 지나쳐 오른쪽길로 조금 올라가다 다시 왼쪽 숲길을 만난다. 그리고 형제봉입구에서 3.5km 떨어진 솔샘마당을 지나고, 1114번 버스종점이 있는 성북생태체험관에 도착했다. 전에는 여기까지 걸은 後 버스를 타고 귀가했던 기점이다. 하지만 오늘은 2.3km 더 걸어서 화계사까지 갈 계획이다.
‘솔샘발원지’를 지나는데 어느 어린이집에서 왔는지 꼬마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걷다 보이 여기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꼬마들이 선생님 얘길 들으며 놀고 있다. 오늘 무슨 날인가?
10시56분, 흰구름길(3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스탬프함에서 오늘 두번째 스탬프를 찍었다. 그런데 이곳에도 ‘서울둘레길 2.0 개편에 따라 이곳 스탬프함은 2025년 4월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스탬프함을 옮긴다는 건가, 없앤다는 건가. 나중에 다시 와보면 알게 되겠지.
경천사를 지나 빨래골에 도착했다. 이곳은 예부터 물이 많아 ‘무너미’라고 했다. 당시 궁궐 무수리들이 청계천에서 빨래했는데, 은밀한 빨랫감(속옷 등)을 이곳에서 빨래하게 되면서 ‘빨래골’로 불렸다고 한다.
조그만 산을 넘어 오늘 목적지인 화계사 조금 못 미처 있는 구름전망대에 올라가 멀리 보이는 북한산과 도봉산 등을 구경하고, 밑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오늘도 샌드위치와 샤인머스켓, 그리고 커피 한잔.
11시41분, 화계사(華溪寺)에 도착했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옆 범종각(梵鍾閣) 전면에 ‘숭산 행원 대종사 열반 20주기 추모’ 프랑카드가 걸려있다. 화계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1999년 출간된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현각 지음)란 책을 통해서다. 하버드 대학생이었던 현각이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한국에 와서 수도하게 된 과정을 그린 책이었는데, 여기서 숭산스님을 ‘생불’이라고 할 정도로 칭송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책만 읽었을 뿐 화계사가 어디인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서울둘레길을 걸으면서 이 사찰을 지나게 되고, 한번쯤 둘러보는 게 다였다.
그런데, 오늘 경내를 둘러보니 여느 사찰과 다르게 대적광전 규모가 아주 큰 반면, 대웅전(大雄殿)은 아주 작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적광전은 주로 화엄종(華嚴宗)에서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본전으로 모신다고 하는데, 이곳 화계사는 조계종인데도 대적광전이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또한, 대웅전은 석가모니와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모시는 곳이고, 대웅보전 (大雄寶殿)은 석가보니와 아미타부처 약사여래부처를 모시는 곳이라는데,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
화계사 경내를 둘러보고 일주문 앞에 있는 스탬프함에서 오늘 세번째 도장을 찍었다. 이제 오늘 구간은 다 걸은 셈인데, 귀가하려면 아직 1km쯤 더 걸어서 우이신설선 화계역까지 가야 한다. 오랜만에 신은 운동화가 아직은 발에 잘 맞지 않아 발가락이 조금 아프긴 해도 그 정도 걷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화계역까지 걸어가서 경전철을 타고 성신여대입구(4호선)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5호선)에서 환승한 다음 무사히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