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마을 분위기는 묘하게 바뀐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콕 집어서 어떤 점인지 말하기 어렵다. 말 자체가 줄었다고 해야 하나, 마주치는 일 자체를 꺼려한다고 해야 하나.
마주치면 항상 인사하고, 싫은 티를 내더라도 결국은 붙잡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주쳐도 인사는커녕 고개를 휙 돌리고 빠르게 자리를 피한다.
그런 행동을 나에게만 했다면 혹시 내가 불편한가 싶은 생각을 해봤겠으나, 다른 사람 모두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지기도 했는데, 여름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습해지면서 죽은 연못에서 나는 악취가 연못 마을 구석구석 퍼졌다.
사람들은 문을 굳게 닫았다.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냄새가 들어오기 때문에 창문 틈까지 철저하게 막았다. 산책하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 그래도 조용한 시골은 이제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곳처럼 변해버렸다.
옛날에 연못을 발견한 사람은 이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은 없다며 자리를 잡았을 거다. 하나 둘 모이다 보니 지금 이 마을이 되었을 거고. 그들이 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마르지 않는 연못이었을 텐데, 누군가에게 굉장히 귀중했고,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터전은 이제 이 마을을 떠나라며 악취를 풍겨대고 있다.
여름이라서 다행인 점은 문을 꽉꽉 닫아 놓아도 에어컨을 켜서 집을 시원하게 할 수 있다는 건데, 그 외엔 다 안 좋다. 집이라면 조금이라도 달랐을까? 미윤은 어르신들도 쉽게 열 수 있도록 가볍게 만들어진 마을회관 문을 노려본다.
도저히 거실로 나올 수가 없다. 문 가까이에 가면 먹은 거 하나 없이 뱃속이 뒤틀려 구역질이 난다. 지금쯤이면 썩은 연못 위를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도 다 썩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냄새가 지독할 수 없다.
참 희한한 건 또 있었는데, 연못이 저 모양이 된 이후 서울 여자들은 더 이상 이곳을 찾아오지 않고 있다.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가장 기뻐할 그들은 연못이 검게 물들어버린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전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연못이 변한 꼴을 보고 깨달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전화라도 해볼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서울 여자들은 이 마을에서 사람이 사라지길 가장 간절하게 바랐다. 언젠가 전화가 온 적 있는데, 그때 번호를 저장해놨던가? 그 여자들의 번호가 없다면 회사에 전화해도 될 거다. 여자들과 연결을 해줄지 아닐지 모르고, 사실 다짜고짜 회사에 전화해서 개인을 찾는다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어차피 급한 건 그쪽이다. 이런 사실을 직접 알려주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지금 예의니 뭐니 따질 때가 아니다.
그것과 별개로 갑자기 오지 않는 이유가 뭘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지금 내 처지가 남을 걱정할 만큼 넉넉하지 않단 걸 잘 알지만, 가끔 안쓰럽게 보일 정도로 굽신거리며 마을 사람들에게 치이더니 아예 보이지 않을 줄이야.
혹시 도로 공사 계획이 바뀐 건가? 불안은 전염성이 크다. 아주 작게 피어올랐어도 그것은 금방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을 잡아먹고 몸뚱이를 불린다. 스마트폰을 잡으려던 손을 입에 가져다 댄 미윤은 잘근잘근 엄지 손톱을 씹는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서울 여자들은 연못이 썩어버렸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존재여야 한다. 이제와서 계획이 바뀌었으니 연못이고 뭐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곤란하다.
마음 한 구석에서 ‘큰 회사 일 처리가 그렇게 엉망으로 진행 되겠냐’고 안심시키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회사를 다녀봤다면 누구나 안다. 큰 일이기에 얼렁뚱땅 굴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걸. 금방이라도 퍼져버릴 차의 타이어를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을 시켜 앞뒤에서 끌고 가게 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걸.
딱딱딱. 질근거리던 손톱이 찢어졌는데 아프지도 않다. 불안이 온몸을 먹어버린 거다.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사실을 확인하고 싶지만, 내 불안이 사실로 드러날까봐 걱정이다. 이러다가 보상금이고 뭐고 다 없는 얘기가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솔직히 이 마을 집을 살 사람이 누가 있나. 버려둘 수밖에 없는 곳을 위해 돈 내는 것도 아까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 나는 돈이 급하다. 요즘 애들은 회사 다니고 싶어서 안달이라는데, 나는 그 귀한 자리를 내 손으로 버렸다. 그리고 망했다.
그렇다고 지금 이 나이에 다시 취직할 수 있을 리 없다. 경력 본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곧 나이 많은 사람의 노련함을 원하는 건 아니다. 어디 회사라도 들어가면 잘 해낼 자신 있다. 하지만 이제 내겐 들어갈 어느 회사가 없다. 능력이 있으면 뭐하나, 능력을 보여줄 자리가 없는데.
이러다 손톱 다 찢어지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회관 문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열린다. 들어온 건 이장 김희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