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인사도 없이 방송실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구석구석까지 다 들릴 정도로 소리가 커야 해서 그런지 낡은 스피커는 잡음도 크다. 가까이서 들으면 귀가 찢어질 듯하다.
회관에 모두 모여달라는 방송을 하고 채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인다.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다. 만약 마을 가득 채워진 악취가 연못 때문이 아니었다면 회관 안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이럴 때 밖으로 나오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짜증 부렸을 거다.
지금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들 입과 코를 수건으로 꽉 막은 채 회관으로 왔는데, 그 중엔 수건 안쪽에 이미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도 많다.
임순희 어르신은 보이지 않는다.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상태일 거다. 밤마다 얼마나 소리 지르는지 들어주기가 힘들 정도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듣고, 베개로 귀를 세게 막아봐도 노인네가 지르는 비명은 메아리처럼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진다.
누군가는 불만으로 투덜거릴 법도 한데,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미윤은 매번 잠자리를 방해하는 소리가 싫었다. 비명이 들릴 때마다 달려가서 그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그러지 못했던 건 마스크를 쓰고 수건으로 꽉 눌러야 할 만큼 바깥의 악취가 심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가 내지르는 비명엔 절망뿐 아니라 두려움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저거라도 해야 살 듯했다. 저것마저도 막으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 듯했다. 그렇게 느낄 정도로 절절했고, 마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현정이 왔을 때, 이미 모여 있던 사람들은 임순희 어르신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돌아올 대답이 뻔하기도 하지만 현정의 얼굴이 지나치도록 하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영연은 희운 다음으로 회관에 왔지만, 들어오는 현정을 보진 않는다. 보지 못한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 두 사람이 항상 시선을 마주치고 인사할 만큼 살가운 사인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연못 마을에 온 이후 저들이 저렇게 냉랭하게 지내는 건 처음 봤다.
그럴 만도 하지. 냉랭한 사이가 아닌 만큼 살가운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친한 척하면 더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상황이 그렇게 밝은 것도 아니다. 침울하게 있지 않는다면 쉽게 손가락질 받을 거다.
현은은 어르신을 혼자 두고 온 현정을 지적하지 않는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너무 구워 질겨진 돼지고기처럼 경직된 꼴을 보면 말 한 마디 걸기도 어렵다.
임순희 어르신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이 다 모였다. 매일 마주 보던 얼굴들인데, 오늘 처음 보는 듯 어색하게 군다. 가까이 붙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거리를 두며 앉아 있다.
다들 입을 다물고 있으니 무거운 침묵이 감돈다. 문을 꽉 닫았지만, 가볍게 만들어진 회관 문틈으로 악취가 흘러 들어온다. 아마 집에서 느낀 악취와 차원이 다를 거다. 하지만 다들 조용하다. 미간이나 찡그리고 말 뿐, 불만을 말하진 않는다.
그러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 걸까? 생각은 그렇게 하지만, 미윤 또한 느끼고 있었다. 분위기가 묘하다. 단순히 연못 하나가 더러워졌다, 거기 사는 물고기가 다 죽었다, 정도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그렇게 침묵만 이어질 듯했다. 다른 때였다면 사람 모아두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이장의 행동에 치를 떨며 속으로 욕했을 거다. 지금처럼 김희운이라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된 적이 없다. 첫 마디를 뭐라고 꺼내야 할지 자기 스스로도 감 잡지 못하고 있는 거다.
“사흘 뒤에 자식들 온대.”
먼저 말한 건 의외로 석혁이다. 그에게서 여전히 술 냄새가 나지만 나름 멀쩡하다. 항상 흐리멍텅한 눈동자가 제법 맑아 보이기 때문은 아니다. 말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 회관 안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는 뜻이다.
다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눈치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반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은은 언제나 미윤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식들이 온다고요?”
“뭘... 무슨 소리야, 그냥 애들이 아빠 보고 싶어서 온다는 거지...”
석혁은 현은의 눈을 피한다. 한 마디 더 하려는 듯 현은의 입이 크게 벌어지는데, 그보다 먼저 들리는 건 정연의 목소리다.
“나쁜 일도 아니네요. 그래도 자식들이 데리러 온다고 하는 걸 보면.”
“너는 또 그게 무슨...”
“솔직히 무섭다고요. 저는요, 너무 무서워요.”
정연은 상대의 말을 끊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보다 묵묵하게 참는 일이 더 익숙한 사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라고, 누군가는 좋게 해석하지만 내가 보기엔 어차피 말 통하지 않을 사람을 보고 나이를 이유로 걸러내는 걸로 보인다.
“어제도 어르신이 소리 지르셔서 밤에 한숨도 못 잤어요. 연못이 저렇게 된 게 괜한 이유겠어요? 안 그래도 어수선한데, 어르신이 괴로워하는 소리 들으니까 한 여름에도 소름이 돋아서 이불 꺼내 덮고 잔다고요.”
“......”
“그리고... 정말 어르신의 말씀이 맞는 거면 어떡해요. 정말로 전염병이 돌면 어떡하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