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후배인데도 인사도 안 하고, 말도 퉁명스러운 친구였죠.
수년 동안 ‘싸가지 없다’라며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후배에 대한 험담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미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힘든 것은 바로 나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굴만 봐도 속이 부글부글해지고 화가 나서 마음이 새카맣게 탔으니까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우울, 슬픔
그리고 어떤 순간적인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혹여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휘젓고
가구들을 몽땅 쓸어가 버리더라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며 대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일지 모른다.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원한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히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너머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백성호 저, 판미동 374쪽)
인생이라는 것이 매일 누군가를 만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만나기도 하지만,
어둡고, 부끄럽고, 화나는 상황을 만나게도 됩니다.
시인은 그들을 문에서 맞으라고 합니다.
그것도 웃으며 맞으라 합니다.
심지어 감사히 여기라 합니다.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미워하던 후배에게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하기로 한 겁니다.
처음 입을 뗄 때는 죽을 것처럼 힘들더군요.
그런데 놀랍게도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다 외식업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우리는 원하는 고객만 만날 수 없습니다.
한참 어려 보이는 고객이 반말을 하기도 합니다.
디저트가 맘에 안 든다며 소리를 지르는 고객도 있습니다.
주문한 음식 한 그릇 다 먹고 고기 살이 뻑뻑하다며 돈을 못 내겠다는 고객도 있습니다.
어둡고, 화나고, 속을 뒤집는 손님이 찾아온 겁니다.
예기치 않은 고객, 원치 않는 고객이 찾아온 겁니다.
죽을 것 같지만, 미쳐버릴 것 같지만 웃으며 맞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힘들게 한 것을 감사히 여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객이 아니라
외식업 경영자, 외식업계 종사자인 내가 가장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