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시에 빠져 매일 시만 쓴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싫어서 방공호처럼 시속에 숨어 시만 쓰려고 했었다. 참고로 나는 문인들의 등용문이라고 불리는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등단한 적이 없고 또한 시를 잘 쓴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러다 한 번쯤은 신춘문예에 공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춘문예에 등단하셨던 모 시인님의 강의를 몇 주 동안 들은 적도 있다. 그 당시에도 먹고살기에 바빠 잦은 주말 출근에 시간이 빠듯했지만, 분당에서 신촌까지 나름대로의 열정을 갖고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시인님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배울 점이 무척 많은 분이셨다. 무엇보다도 시인님은 인간적으로 순수한 분이셨다. 어린아이 같이 웃는 얼굴로 시를 가르칠 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실 때에도 천성이 순박하고 올곧은 사람 같았다. 그런 모습이 매번 수업을 들을 때마다 진심으로 느껴졌다.
마지막 종강하는 날, 시인님과 수강생들과 다 함께 쫑파티를 했는데 신촌역 근처에 있는 테이블이 통틀어 열 개 남짓한 호프집이었다. 시월의 밤, 바깥에는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리고 시인님은 자리를 옮겨가며 한 잔씩 맥주잔에 맥주를 따라주셨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을 때 나는 “시인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시인님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시며 “건필을 기원합니다 효진님”
이 짧고도 다정한 인사말을 여태 잊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를 오래 쓰자는 말이 ‘오래 함께하자’라는 말처럼 들려서… 어느덧, 이듬해 하고도 다음 해 다시 가을이다. 오늘같이 안일한 하루를 흘러 보내는 날이면 자칫하면 마음도 쉬이 흐트러질 뻔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함께, 멀리 가보자며 안녕과 건필을 기원한다.
발등이란 건 무수히 작은 뼈와 인대의 모임이니
괜찮다고
이렇게 해도 된다고
내 발을 차근차근 눌러밟은 사람이 있었는데
아프면서 따뜻했고
정말 괜찮아졌고
괴물처럼 유연히 휘어지는 발을 봐도 그럴 수 있구나
아니
근사하구나
이후의 내가 알게 되었어
시, 신이인, ‘사랑하는 훈련’, 책 <이듬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