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 끝나간다. 회사 집 회사 집, 시골에서의 삶은 단조롭지만 생계를 책임지는 나로서는 일상이 단조롭지는 않다. 체력이 부족한 남편을 대신해 가사도 해야 하고, 회사 업무도 해야 하고, 정신 나간 파콰드 영주도 상대해야 하고, 칭얼대는 아이에게도 적당한 관심을 쏟아주어야 한다. 문득 내 삶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6월로 가고 있구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는 아니지만, 낮에는 뜨겁고 아침 저녁은 서늘한 이 계절이 좋다. 나는 6월을 정말 너무 사랑한다. 이런 날엔 계곡이 있는 숲에서 산책하고 싶다. 물소리, 새소리, 소나무 냄새. 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화해줄 자연을 상상한다.
남편이 며칠째 코피를 흘리고, 저녁이면 체력이 방전되어 있다. 새벽엔 통증으로 끙끙 앓는다. 아이의 학교에선 또 전화가 온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요즘이다. 내 체력도 바닥이다. 아이에게 다정한 엄마 노릇, 남편에게 따뜻한 아내 노릇. 어느 하나 버겁다.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비를 견뎌야 한다'지만, 이 놈의 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러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Kiss the ground>를 봤다. 흙을 되살리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거기 나온 한 농부의 태도에 더 감명받았다. 연이은 재해로 작황은 망하고, 대출은 조이고, 주변 농부들은 땅을 넘보는 상황. 그 농부는 그런 절망의 시기를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바꿔, 자연농법 기반 목축업으로 전환해 결국 성공했다.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도 고립무원이다. 직장에서는 파콰드 영주가 나를 '사회성 없는 아웃사이더'로 몰고 있다. 남편의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아이는 문제아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지만 산으로 명상산책을 다니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퇴사하자.
파콰드 영주의 기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2년을 채우고 퇴직금을 받고 나올 것이다. 나의 정신적. 신체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의 상황은 만성 스트레스이고, 이대로 가면 나까지 쓰러진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무너진다. 만약에 남편이 건강했다면 나는 아마도 끝까지 그 미친 파콰드 영주를 조져 놨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파이팅 할 힘이 없다. 급여는 달콤하다. 그러나 영원할 수 없다.
그 농부가 기존 방식을 버리고 다른 파이프 라인을 만든 것처럼, 나 역시 지금과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고난의 시기를 하늘이 준 기회라고 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