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한다.
불안은 내 과대망상이었다.
요즘 몇 날 며칠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회사에서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그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 어쩌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나를 휩쓸었다.
주말, 아이와 함께 뒷산에 올라 맨발로 걸었다. 풀밭 위의 흙과 돌을 느끼며 생각해보니, 그 모든 불안은 사실 '별일 아닌'것이었다.
설령 파콰드가 나를 향해 또다시 전투적인 자세로 나온다 해도 괜찮다. 어차피 나는 내년 2월이면 회사를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정말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그 책임을 기꺼이 지면 된다. 그게 두려운 일일까? 그가 여론몰이를 해서 나를 깎아내리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면 어쩌지? 불안은 끝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 과대망상이었다.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건 정작 나 자신이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평가할 것이라고, 그 평가가 마치 내 존재 전체를 좌우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그냥 나일 뿐이다. 내가 실수했다면, 그것은 그저 '하나의 실수'일 뿐이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네, 그 부분은 제 판단이 부족했고, 앞으로 더 신중히 하겠습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내 인격이 무너지는 것도, 나라는 사람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Ego를 내려놓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불안이 안개처럼 걷혔다.
나는 평소 아이에게 자주 말한다.
"가장 멋진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극복하는 사람이야.'
그 말은, 사실 내가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직장인... 수많은 역할 속에서 나는 실수하고, 서툴고, 때론 성급했다.
하지만 괜찮다. 그걸 알아차리고, 조금씩 고쳐나가면 된다. 오늘보다 내일은 더 성숙한 내가 되어 있을 테니까. 내가 만든 기억 속의 불완전한 나를 자책하느라 밤마다 이불킥하지 않기로 했다. 자꾸 그 순간을 곱씹으며 변명하지 않기로 했다.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나는 앞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나는 그걸 '하나의 계단'으로 삼아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극복해 나갈 것이다.
나는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