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별별 소리를 다 듣는다. 그리고 매번 상대를 판단하게 된다. 저 사람이 내 뒤통수를 치려고 하는가? 어떤 상황이 나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저놈은 나에게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나쁜 놈인지를 판단하고 분별한다. 그저께 내가 순수하게 바라봤던 어떤 동료가 내 뒤에서 꼼수를 부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배신감과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인간에 대한 분노가 일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에그하르트 톨레의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그런가'
에그하르트 톨레의 책에 일본의 한 선사이야기가 나온다. 그 선사는 정신적 지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사람인데 어느 날 마을의 한 처녀가 임신을 하자, 그 아이의 아빠를 그 선사라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랬더니, 존경받던 선사가 순식간 나쁜 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처녀가 출산을 하자, 그 처녀의 부모는 그 아기를 선사에게 맡겨버린다. 아이의 아버지라면 말이다. 그러자 선사는 "그런가"라고 반응하며 그냥 그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처녀가 결국에는 아이 아버지가 실은 마을의 한 청년임을 밝히자 또 부모는 선사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아이를 도로 데리고 갔다. 그때도 선사는 "그런가"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그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금 이 순간이 취하는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인간 드라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이 순간만이 존재하며, 이 순간은 있는 그대로일 뿐이다. 그는 일어나는 사건을 자기화하지 않는다. 그는 누구의 피해자도 아니다.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고, 그런 이유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은 그에게 어떤 힘도 미치지 못한다. 일어난 일에 저항하려 할 때만 그 일에 좌우되고 당신의 행복과 불행을 세상이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관계는 '지금'과의 관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이 취하고 있는 모든 모습, 즉 지금 존재하는 것들 혹은 지금 일어나는 것들과의 관계이다. "
From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상황을 드라마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라는 사실과 동시에, 내가 마주하는 사람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라는 깨달음. 오늘 출근길에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를 보았다. 나는 그 개나리들을 보며 '아름답다'라고 생각했지, 그 개나리보다 저 산에 핀 개나리가 더 아름답다는 분별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로에 핀 그 개나리를 보며 '크네, 작네', 나에게 '유리'한 지 '불리'한 지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냥 그 아이는 존재자체로 아름답게 다가왔다. 자연을 바라볼 때는 그런 마음이 저절로 든다. 길가에 핀 개나리, 벚꽃 나무, 노오란 민들레, 이제 만개하고 있는 우리 화단의 천리향등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어느 것이 더 낮고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하진 않았다. 그런데 왜 사람에 대해선 그게 안될까? 어쩌면 그들 역시 개구리, 두꺼비, 개, 나무, 새처럼 대할 수 도 있는데 나는 자꾸만 판단하고 분류하고 유불리를 따져 그 행동을 따져보고 흥분했다가 기뻐했다가 분노했다 그런다. 그런가가 아니라 말이다.
삶에 있어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만약 지금 이 순간이 허용하는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내가 그 어떤 드라마에도 참여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인가? 참으로 궁금하다. 좀 더 평온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 수 있을까? 일단 많은 정신적 지도자들은 그럴 수 있다고 말은 한다. 그러고 보니, 출근길의 개나리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 그 시점,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그때의 나는 참 행복하고 평온했던 거 같다.
그런가?
사람도 그러하다고 한다. 나를 거슬리게 한 그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그냥 그런가 해야 한다고 한다. '이해하려고 분석하고 분별하지 말고' 그냥 '그런가'하고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내가 낳은 자식도 그런 자세가 취해지지 않는데, 남이 낳은 타인을 내가 어떻게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드라마에 참여하지 말고, 그냥 그런가 잠시 연습해 보기로 했다. 타인의 행동을 의식할수록 두려워하게 되고 그건 그와 비슷한 현실을 계속 창조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오히려 그런가 두려움 없이 다 받아들이다보면 평온과 평화가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 내가 그리는 미래가 창조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