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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May 31. 2022

그래도 행복한 게 낫죠

사랑하는 사람은 불행을 바라지 않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다 보면 크게 2가지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두 뺨이 불그스레 달아오를 만큼 설레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며 아려오거나.


후자의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다기 보단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요즘  가슴이 아려올 때가 많다. 병을 진단이라도 하듯 혼자 추적을 해본 결과 의외의 답이 떠올랐다.


행복. 그 답은 행복이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크나큰 행복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비교적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일수록 마음이 더 아려왔다. 고작 종이에 손을 살짝 베인 것이 큰 통증과 함께 신경을 무너트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번 더 생각해봤다. 작은 상처가 난 것도 아닌,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이란 뜻을 가진 행복 앞에서 슬퍼할 일이 도대체 무엇일까.


끝끝내 또다시 깨닫게 됐다. 역시나 그건 건방진 생각일 뿐이었다. 동시에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오만한 태도인 걸 알아챘다.


생각해보자. 나 자신이 죽는다 한들, 자식·손자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행복을 바랄 것이고 힘든 경험은 되도록 피할 수 있도록 죽어서도 기도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다. 나의 할아버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의 잘못된 사고는 할아버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일 정도에만 보탬이 될 것이다.


여전히 슬프다. 당연히 슬프고, 자주 슬프다. 허나, 살아있는 인생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슬픔을 참을 이유는 없지만, 행복을 마다할 이유조차 없다. 그래도 행복한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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