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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Nov 26. 2022

'생일'이란 핑계로 이어가는 인간관계 유효기간

1년 연장하기

생일이었습니다. 어김없이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앞다투어 저의 생일을 먼저 축하해주더군요. 뒤이어선 마치 저의 생일을 반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 마냥 많은 어플들에게 앱 푸시 메시지가 오곤 했습니다. 할인쿠폰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소비력과 물욕이 없는 저에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저의 생일은 11월 25일입니다. 한 해가 거의 끝날 갈 때쯤이죠. 어머니 뱃속에서 10달이 아닌 9달만을 채워 나왔기에, 남은 1달까지 마저 채우고 나왔더라면 저의 생일은 정말 완연한 연말이었을 겁니다. 


저는 제 생일이 오곤 하면 항상 우울해졌습니다. 또다시 이렇게 한 해가 매가리 없이 지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제 생일을 핑계 삼아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온다는 점이었죠. 왜 평소에 먼저 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들면서도, 면저 연락을 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혹시나 하여 덧붙이자면, 진실된 축하를 '핑계'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좀 특별한 일이 있다면, 오랜만에 할아버지가 제 꿈에 찾아오셨다는 겁니다. 저는 평소에도 꿈을 자주 꿉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일주일 동안은 거의 매일 저의 꿈에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젠 찾아오지 않겠다, 잘 살 수 있을 거다, 잘 살아라' 한마디 남기고선 더 이상 저의 꿈에는 찾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도 핑계가 생기셨는지 어젯밤엔 저를 만나러 와주셨더군요. 너무나 반가웠고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사진은 절대 안 된다며 저를 피해 다니시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들의 어떤 법이 있나 봅니다.


아무쪼록 저는 제 주변의 많은 사람 덕분에 생일을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오늘 제가 사용한 물건, 먹었던 음식, 누렸던 공간... 어느 하나 사람으로 채워져있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핑계를 검색해보면 내키지 않은 일을 피하기 위한 수단 혹은 변명 정도로만 나와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 제 글에 쓰인 핑계라는 단어는 옳지 않은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뇨, 옳지 않다고 봐야겠죠. 그럼에도 사용하는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그저 어휘 구사력이 부족할 뿐입니다. 그래도 오늘 이 기분, 상황을 기록하고 싶어 저만의 방식으로 기록을 해봤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저의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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