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기록
나는 회사를 다닐 때 계속 프리랜서를 꿈꿔왔다.
예전에 작은 광고 회사 디자이너로 일을 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라는 사람은 회사와 그렇게 잘 맞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곳에선 만족과 성취감을 찾지 못했고 그저 한 회사를 돌리는 부품, 소모품의 불과하다 느껴져 나 자신이 매일 불행하게 느껴졌다.
매일 아침 꼬박 두 시간 지옥철에 갇혀 출근하고, 일하고, 야근하고, 집에는 지하철이 끊겨 택시를 타고 집에 오곤 했다.
회사에 같이 일하던 내 상사이자 선배인, 하나뿐이었던 동료와는 매일 집 가는 택시 안에서 “내일 살아서 보자” 혹은 “내일 연락 안 되면 추노 한 줄 아세요”
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며 우리끼리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추억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나갔으니 기분 좋게 추억이라 하지 진행형이었다면... 어딘가에서 고소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현재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다.
회사의 힘이 아닌 내 힘으로 기업과 일을 하고, 내가 그린 그림이 제품으로 나오는 것들을 보면서 괜히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낀다.
매일 아침 시간 맞춰 출퇴근을 안 해도 되고, 내가 일한 건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고충은 있다시피, 프리랜서도 그렇다.
내가 말했던 장점들이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내 힘으로 일을 한다는 건 오롯이 나 혼자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고, 출퇴근을 안 해도 된다는 건 곧 출근 퇴근도 없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일한 건 일한 만큼의 보상은 받을 수 있지만, 일이 안 들어와 일을 못한다면 정말 통장엔 0원이 찍힐 수도 있다.
그리고 추가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니
누군가 알아주지 않고, 인정을 받지 못하면 직업으로써 수명도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선택받기 위해 나를, 내 그림을 어필해야 한다
심지어 당장 다음 달은 일이 얼마나 들어올지 혹은 아예 안 들어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이 좋고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나를 응원해주고, 내 작업을 관심 있게 봐주는 분들도 생겼다.
또 기업들과 협업을 맺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작업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난 재미있고 감사하다!
몇 년 후 내 직업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현재 꽤나 만족하며 살고 있는 프리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