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98. 아침 글쓰기와 함께 걸어온 여정
벌써 아흔여덟 걸음을 걸어왔다. 100일을 채울 때까지 앞으로 단 두 번의 글쓰기만을 남기고 있는 지금, 그 소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하루에 글쓰기 한 편이 별 거냐' 생각했던 지난날들을 회상해보면 마냥 쉽지는 않은 여정이었다. 하지만 30일이 50일이 되고, 50일이 70일이 되니 왠지 게임 캐릭터를 레벨 업 하는 기분에 신나게 마구 글을 썼던 거 같다. 챌린지를 시작한 후 한참 뒤에 생겼던 목표가 하나 있다. 100일간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나는 의외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달리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도 즐겼다. 그중 단연 으뜸은 글쓰기 그 자체의 흥미와 끌림이었다. 그런 나에게 생겨난 목표는 올해 글쓰기를 꾸준히 해서 올해와 내년 사이 책을 한 권 출판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승희 작가의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보았다. 멋진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내용은 굉장히 순수한 기록의 단면이었다. 직업 마케터로서의 고민들을 풀어내고, 수많은 기록에서의 영감을 다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타내 보기도 한다. 작가의 사적인 기록(aka 일기장)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 책에는 특이점이 하나 있었다. 책 군데군데 비춰 보이는 자신의 수많은 기록물 사진들, 기록하고 쌓아둔 수많은 수첩들을 보면 나까지도 기록에 대한 믿음이 생겨날 것만 같았다. 그 믿음의 힘으로 작가는 그의 사적인 기록물을 풀어내어 책으로 만든 것 아니었을까. 기록의 쓸모가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어쩌면 나도 그러한 믿음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써야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중요했다. 이 약속 하나를 매일 지키다 보니 다른 약속들(운동, 절약, 새벽 기상 등)까지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고, 점점 도약하고 있다는 느낌을 얻는 요즘이다. 궁극적으로 책 출판에 대한 진지한 목표가 생긴 것에 대해서도 매우 기쁘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었다. 내가 첫 번째 에피소드를 쓸 당시만 해도 아이엘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간 아이엘츠에서 목표 점수를 얻어냈고, 이후 토익도 쳤고, 운전면허도 땄고, 포토샵과 일러스트 자격증도 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벤트는 작년에 포기했었던 졸업작품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시적인 성취 이외에도 여러 방면의 발전과 기쁨이 있었다. 이 모든 목표의 설정과 달성이 단 3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그것도 이곳에 글을 쓰는 3개월 동안이었다.
사소한 것들은 나에게 사소한 만큼의 기쁨과 활력을 주었고, 그 활력이 하나 둘 모여 더 큰 일상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100일간 글쓰기를 하며 느낀 것은 작은 시작 한 발자국의 감동과 힘이었다. 그 한 발 한 발이 모여 나름의 길을 텄고,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가며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어쩌면 아침 글쓰기 100일 대장정은 이후에 내가 걸어 나갈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책 출판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나의 아침 글쓰기는 100일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