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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Aug 05. 2022

요즘 뭐 하고 살아?

저는 어제까지 기타 치고 노래했어요

<독립 일기> 두 번째 에피소드


'창업 일기'에서 '독립 일기'로 매거진 제목을 바꾸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사실 창업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독립을 준비하는 쪽에 가까웠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독립이란, 사회가 말하는 정답으로부터의 독립, 나만의 인생을 나만의 속도대로 꾸려나가기 위한 독립이다. 그래서 독립 일기가 되었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는 나의 독립인 여정에 있어서 느낀 깨달음과 경험들을 가장 솔직한 말들로 낱낱이 적어 보려고 한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굉장히 궁금해지지만, 지금 이렇게 독립을 꿈꾸고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미 너무나도 만족스러운걸! 스스로를 책임지는 온전한 어른으로의 독립을 향해 고민하고 실험하고 행동하는 나와 같은 독자분들이 있다면, 아주 대견하고 멋지다고 많이 칭찬해주고 싶다.



"요즘 뭐 하고 살아?"


얼마 전 나는 거의 3년 만에 열린 동아리 모임에 갔다.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또 각자 삶을 사느라 못 봤던 반가운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친구들은 모두 그대로였지만 또 바뀐 점들이 있었다. 이제 정말 학생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된 것이다. 1년 동안 이직을 세 번 하고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한 후배, 연차가 쌓일 때마다 이직하며 연봉을 올려가던 선배, 자신이 만든 캐릭터로 창업을 한 친구 등등. 몇 년 전까지는 비슷한 자리에서 함께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회식자리에서 마주친 한 선배가 안부인사를 하며 나에게 요즘 뭐 하고 사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어제까지 기타 치고 노래했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전날 나는 홀로 40분짜리 버스킹 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관객은 엄마와 큰언니, 그리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몇몇 사람들뿐이었지만 말이다.


   한편, 나는 그런 질문에 직업 대신 활동으로 대답했다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 마케터, 디자이너, 비행기 엔지니어처럼 사회적으로 쉽게 납득 가능한 직업들은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관념으로 쉽게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하던 활동인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은 아직은 돈을 벌지 않으니 직업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내가 했던 활동으로 대답했는데 오히려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더욱더 와닿았고, 나는 그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과 선배,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안하지는 않았느냐고? 그랬다. 물론 그랬다. 잘 된 친구들의 이야기에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었고 정말 내 일처럼 기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무엇이 부러웠느냐 하면, 역설적으로 그들이 그러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러웠다. 단지 단어일 뿐이지만 직업이라는 든든한 후광,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뭔가 모를 안정감이 느껴졌다.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제삼자의 눈에는 필터가 끼어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어딘가 멋져 보였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1차적으로는 돈을 번다는 것이 부러웠다. 그래서 나는 다소 게걸스럽게 돈 벌 궁리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공고를 50페이지 넘게 찾아보고, 취업 사이트라는 사이트는 모조리 뒤져가며 일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한 두 개의 아르바이트에 지원하였다. 하나는 면접에서 떨어졌고, 다른 하나는 붙었지만 업무 첫날에 짤렸다. 아르바이트를 쉰 지 꽤나 오래되어 까먹고 있었던 악몽들이 다시 떠올랐다. 실수와 짤림의 연속이었던 아르바이트 경험들, 일터에서 만난 유난히 못되게 굴던 동료들에 힘겨워하던 나날들. 아... 이걸 내가 다시 하려고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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