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한 치뤌
"칠.월."
"칠월"은 힘들고
"칠월"은 까다롭고
"칠월"은 버겁다.
"치뤌, 치뤌, 치뤌"
"치뤌"은 수월하고
"치뤌"은 관대하고
"치뤌"은 거뜬하다.
"칠월"이 아닌 "치뤌"은
거센 장맛비도
뜨거운 땡볕도
성가신 해충도
끝끝내 지나고야 말 운명으로 여긴다.
'치뤌'은
치직치직 햇볕이 돌길을 달구고
'치뤌'은
치렁치렁 능소화가 담벼락에 늘어지고
'치뤌'은
칭칭 나팔꽃이 태양을 향해 감싸 오르고
'치뤌'은
치근치근 수국이 더 크려고 보채고
'치뤌'은
첨벙첨벙 양동이에 바가지가 바쁘게 담기고
'치뤌'은
철퍽철퍽 웅덩이 흙탕물이 신나서 튀어 오르고
'치뤌'은
철실철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흐른다.
'칠월'이 아닌 '치뤌'은
차곡차곡 유연하게 여름을 쌓아 올려
척척 파뤌을 맞는다.
구월, 시월, 가을을 기대한다.
혀와 입술에 힘을 줘야 하는 "칠. 월."은 왠지 더 덥고, 비도 더 많이 내리고, 해충도 더 많은 고통의 계절처럼 느껴지지만, "치뤌"이라는 발음은 식물들이 거뜬히 넘기고야 마는, 지나는 시련인 것처럼 힘을 빼게 된다. 같은 질량의 시련도 마음가짐에 따라서 다른 무게가 되고 만다.
유난히 무덥고, 비도 많았던 칠월, 정원의 식물들이 수월하고 거뜬하게 팔월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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