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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사고가 남긴 무력감과 고통 그리고 PTSD

by 이준수

'나도 저가 항공 타고 방콕에 갔었는데.'


자려고 누웠으나, 외벽에 부딪혀 폭발하는 무안 항공기 영상이 떠올랐다. 유튜브 뉴스 영상에서 해당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 탓인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2020년 2월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방콕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처럼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를 이용했다. 항공 요금을 아껴보고자 선택한 비행기였다. 내가 탄 비행기라고 새 떼가 충돌할 일이 없을까. 언제든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사고는 발생한다. 때때로 나는 인간의 미약한 지성으로 짐작할 수 없는 대규모 참사 앞에 생의 무력감을 느낀다. 기체 결함으로, 기상 상황 악화로, 불가사의한 사건의 연속으로 생은 언제든지 끊어질 수 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삶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비행기 사고 영상을 보는 것이 힘들어, 잠시 유튜브를 멀리하고 있다. 궁금한 내용은 텍스트 뉴스로 읽는다. 이번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세월호, 이태원, 계엄에 이르기까지 특정 이슈는 동영상 형식으로 소화하기 힘들었다. 사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문자 형태로 소식을 전해 읽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해 영상을 재생하면 여지 없이 두통에 시달렸다. 지나치게 몰입한 탓이었다. 경미한 스트레스 증상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반면 PTSD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뜻한다. 농담삼아 "PTSD올 것 같아"라며 쉽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그리 간단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


PTSD는 심각한 외상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다. 장애라는 말이 붙었으므로 엄연한 정신 질환이다.


PTSD의 주요 증상은 크게 세 가지다.


1. 재경험 : 외상적 사건이 원치 않게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난다.

2. 회피 : 외상과 관련된 상황이나 자극을 피하려고 한다.

3. 과각성: 쉽게 놀라거나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가 발생한다.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고, 주변인이 희생되지 않은 내가 두통을 느낄 정도인데 참사 당사자와 유족은 어떤 삶을 살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마음이 어지러운 시기에는 최소한으로 뉴스를 접하는 것도 정신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운동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기에, 작은 평온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Screenshot 2024-12-30 at 15.29.29.JPG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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