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잠에서 깨고 말았다. 비행기 사고 영상이 반복해서 생각나더니 결국 새벽에 눈이 떠졌다.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겪으면 밤잠을 설친다. 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건, 그렇지 않건 말이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폭주족 오토바이와 자전거 사고가 난 이후 한 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골목길 언덕에서 내려오는 오토바이. 쾅!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릎과 팔꿈치에서 피가 흘렀다.
오토바이 뒤쪽에 탄 어떤 형이 "괜찮아?"라고 물었다. 그 후 잠깐 나를 본 뒤 사라져버렸다.
그때는 몰랐지만, 명백한 뺑소니였다.
몸의 상처가 회복된 이후에도 자전거를 타려면 식은 땀이 흘렀다.
굉음과, 두 명이 함께 타고 있던 연두색 바이크가 반복해서 떠올랐다.
안장에 앉는 것도, 페달을 힘껏 밟는 것도 힘들었다.
자전거를 다시 타게 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나중에 교육심리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내가 PTSD 증상과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의 재경험 : 사고와 관련된 충격적인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기
회피 행동 : 사고와 관련된 상황이나 자극을 피하려는 행동
그럼 자전거 사고는 내게 트라우마인 걸까, PTSD인 걸까. 나는 두 개념을 자주 혼동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전거 사고'라는 사실 그 자체는 트라우마다. 그리고 사고 후 내가 겪은 일과 나의 반응은 PTSD의 개념 관련되어 있다.
트라우마란 개인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해롭거나 위협이 되는 단일 사건, 여러 사건, 혹은 일련의 상황으로,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영적 안녕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내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원인'이다.
반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직간접적으로 외상성 사건을 경험한 뒤 다양한 임상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명백한 '질병'인 것이다.
트라우마는 시간이 흐르면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PTSD는 약물치료나 정신치료 요법을 통한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안공항 비행기 사고 이후 전라남도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는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한 심리 치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참여하며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 지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지원에 나섰다. 유족을 대상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협력해 스마일센터를 통한 심리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시 안전숙소를 마련하고, 유족과 생존자를 위한 전문적인 트라우마 상담 서비스도 가동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는 사람이 여럿 나올 수 있다. 손발이 떨리고,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를 직접 목격한 사람 중 일부는 아직도 인파가 많은 곳이나 사이렌 소리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희생자 또래였던 2030 연령대에서 트라우마 호소 비중이 높았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수 있지만, 치유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마음도 몸처럼 치유될 수 있다고 믿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아픈 현재는 반드시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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