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3
나는 마리오가 자기 키의 몇 배를 뛰어 코인을 먹는 것이 좋았다. 따랑! 하는 코인 소리가 들리면 내 주머니에도 동전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어린 나는 허공에 떠 있는 코인을 상상하며 뛰어다니곤 했다. 당연히 코인 효과음은 입으로. 따랑!
코인 점프를 하고 나면 엄청 기분이 좋았다. 내가 마리오가 된 것 마냥 신났다. 부끄러움을 아는 나이가 되자 밖에서 코인 점프를 하기 어려워졌다. 나는 중3 때 성장이 멈췄는데 이미 키가 182센티미터였다. 그 상태로 '따랑!' 을 할 수는 없었다. 체형도 마리오에서 루이지에 더 가까워졌지만 내 마음 속 '코인 점프'를 향한 열망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리오는 용감도 하지. 어두컴컴한 곳에서 일하는 배관공이 토관 밖에서 선보이는 멋진 점프라니!'
나는 지금도 마리오 캐릭터를 보면 띠용! 하는 점프 효과음이 자동으로 연상된다. 그러니까 마리오라는 이름 앞에는 괄호치고 '(점프하는) 마리오'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나는 사실 요즘도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코인 점프를 한다. 예전처럼 많이는 못하고 몇 번만 한다. 당연히 소리는 속으로만 따랑!
11월의 퇴근한 월요일은 정말이지 운동을 하기 힘들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린 직후라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 나는 마리오를 생각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점프하는 마리오. 나는 지하1층에서부터 집이 있는 27층까지 계단을 타기로 결심한다. 근육은 사후보상제라 시작은 어렵고 끝은 즐겁다.
계단 걷기의 클라이맥스는 27층 도달을 앞두고 실시하는 최후의 '코인 점프'. 26층 계단의 끝에서 마지막 한 걸음을 마리오처럼 훌쩍 점프해서 올라서는 것이다. 또 다른 규칙도 있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딱 한 번만 5초 이내로 쉴 수 있다. 힘들면 아주 천천히 움직이더라도 완전히 멈추지 않는 것이다. 최종보스인 쿠파를 만나려면 끝까지 묵묵히 가야한다.
계단을 오르는 나는 지하 깊숙한 토관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배관공 마리오. 27층까지 오르면 그 끝에 황금색 코인이 기다리고 있다. 스테이지의 끝은 언제나 보너스 타임. 나는 힘껏 뛰어올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코인을 점프로 얻는다. 따랑! 월요일에는 파이팅 넘치는 점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