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이들과 떠들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채팅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우리 반 밴드를 열었다. 아이들 번호로 밴드 가입 안내 문자를 보냈다. 대번에 답장이 날아왔다.
"안들어가져요ㅠ"
머릿속이 별똥별에 맞은 것처럼 톡톡 튀었다. 띄어쓰기 안 함, 이모티콘, 단문의 조합으로 대표되는 초등학생 세계를 드디어 만났다. 3월 초부터 학부모 상대로만 연락을 해왔다. 극도로 절제된 표현과 존칭을 쓰다가 재잘거리는 말투를 만나니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아이들이 벌써 교실을 뛰어다니는 것만 같다. 먼지 냄새를 맡아본다.
"밴드 가입했니?"
"그게 머에여??ㅠ"
음, 현장의 맛이 난다. 그렇지. 이래야 애들이지. 나는 별 것도 아닌 것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는 부랴부랴 안내 자료를 수정하고 캡처하여 보냈다. 교실에서 신속함은 생명이다. 담임은 쏟아지는 메시지를 적절히 조절하며 반응해야 한다. 균형감각이 필수다.
"밴드라는 앱을 깔아야 해. 컴퓨터로도 할 수 있고. 4월 14일까지만 가입하면 돼."
"냅"
냅! 가슴속에 파동이 퍼져 나간다. 완벽한 대답이다. 너무 마음에 든다. 나는 왜 이렇게 신날까. 교육부와 공문과 무한 반복되는 회의에 지친 나는 냅의 세계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는 야생의 생기와 자유로움으로 가득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다.
글만 쓰면 애들이 지겨워할까 봐 급히 펭수짤을 찾아 밴드 공지사항에 넣는다. 봄의 정령에 홀린 듯 손가락이 절로 움직인다.
"밴드 가입을 축하해! 반 번호와 이름으로 프로필을 수정해 줘 ^^"
나도 모르는 내가 안에서 반응한다. 피곤하다, 뻐근하다, 진 빠진다를 입에 달고 사는 주제에 이게 뭔 일인가 싶다. 이 기운 여름까지 쭉 가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