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학교의 맛

밥은 먹고 지내니?

20.04.10

by 이준수


가벼운 점심 식사에 한계가 왔다. 3월부터 동학년 선생님들과 밥을 같이 먹었다. 날마다 논의 거리가 쌓여있으니 약간이라도 시간을 벌고 싶어 점심 겸 회의를 했다. 시켜먹는 음식이라 해봐야 분식, 중식과 패스트푸드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묵탕과 김밥, 돈가스와 라볶이, 싸이 버거 세트 그리고 볶음밥.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음식이 그득 나오던 급식 생각이 간절하다.


MSG도 하루 이틀이지, 집밥을 주로 먹는 나는 배달 음식이 속에 부대꼈다. 힘든 건 동료 선생님도 마찬가지라 오늘은 외출을 내고 학교 옆 순두부집으로 갔다. 뜨끈한 김치 순두부가 뚝배기에서 끓고 안경에 김이 서렸다. 흑미밥 한 숟갈에 순두부를 밀어 넣었다. 시금치나물과 김치 비지 버무리 접시가 두 번 채워지고 비워지는 동안 우리 앞에 놓인 밥과 국도 뱃속으로 사라졌다. 오랜만에 밥다운 밥이었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CU를 보았다. 편의점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곳이다. 지자체는 결식아동 지원 사업에 따라 취약 가정 어린이에게 급식 카드를 준다. 아동 급식의 단가는 최저 4000원에서 최고 7000원까지 지자체 곳간 사정에 따라 차이가 난다. 아동급식카드는 가맹점이 아니면 결제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5000원 가량의 금액으로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드물다. 애들은 식당에 가서 급식 카드 내미는 게 부끄럽고, 혼자 앉아 먹기가 멋쩍기도 하여 보통 편의점을 이용한다.


기왕 편의점으로 갔으면 김혜자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이라도 양껏 먹으면 다행이련만 그 돈으로 소시지와 라면, 삼각김밥 따위를 바꿔온다. 모두 고열량에 합성첨가물 범벅이다. 야채와 과일은 비싸고 맛없다고 고르지 않는다. 결식아동에게 학교 급식은 일상에서 만나는 가장 훌륭한 식사다. 적어도 학기 중 하루 한 끼는 영양소가 고루 갖춰진 한 상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학교는 문을 닫았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점심을 먹지 못한다. 결식아동도, 부모님이 모두 일 나가는 집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매년 점심을 두 번, 세 번 욱여 넣는 애들을 만난다. 신규 때는 적당히 먹으라 가르쳤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선생 노릇이 익숙해 질수록 나는 그럴 수 없다. 그저 체하지 않게만 먹으라 한다. 밥 먹으러 학교 오는 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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