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 익명의 미국인 이야기 - 30
노숙을 하는 동안 스트레이의 몸에는 문신이 늘었다. 돈은 없고 시간은 많았기 때문에 모두 직접 했다.
2010년 3월, 스트레이는 LA의 지하철에서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문신을 했다. 게임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로고인 트라이포스였다. 게임 속에서 트라이포스는 만지는 사람의 소원을 이뤄주는 물건이기도 하다. 재봉용 바늘과 평범한 제도용 잉크를 사용했다. 바늘은 수공예 용품을 파는 체인점인 마이클스Michael’s에서 훔쳤다.
2010년 여름 콜로라도 주 덴버에 도착한 날에는 엄지를 제외하고 양손 여덟 손가락의 첫째 마디에 문신을 했다. READ MORE. 말 그대로 책을 더 읽자는 뜻이었고 그 외에 특별히 숨은 뜻은 없었다. 그 전에 한 문신과 마찬가지로 훔친 바늘 한 개와 제도용 잉크를 사용했다.
여덟 시간 반이 걸렸다고 말할 때도 있고 열네 시간이 걸렸다고 말할 때도 있는데, 어느 쪽이 사실이든 아주 오래 걸린 것은 확실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개의 바늘로 점을 찍어서 글씨를 채워 나갔다. 왼손 전체와 오른손의 ‘RE’는 스트레이가, ‘AD’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트러스티 여자친구가 했다.
술과 약에 취해서 즉흥적으로 한 문신이었고,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는 기억이 없었다. 그나마 ‘PUNK ROCK’이나 ‘KILL COPS’처럼 생각 없는 문구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스트레이는 말했다. 실제로 그런 문신을 한 사람들을 봤는데, 특히 후자의 경우는 실없어 보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찰에게 범죄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한다.
더 다행인 일은 얼굴에 문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름이 끊겼던 와중에도, 손뿐만이 아니라 얼굴에도 문신을 하려고 마음먹었다가 그만두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얼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문신을 할 작정이었다. 당시 스트레이는 자신이 몇 년 후 노숙을 그만두고 정착할 뿐 아니라 사무직으로 일하게 될 줄 전혀 몰랐다.
젊은 노숙인들 중에는 얼굴에 문신을 한 사람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스트레이가 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얼굴 문신은 ‘피자 눈물’이었다. 눈 밑에 물방울 모양을 그려 넣는 눈물 문신을 응용해서, 물방울 대신 피자 조각을 새긴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2010년 여름쯤, 사회적 정의와 독립적인 삶에 대한 과격한 랩으로 유명한 힙합 그룹 데드 프레즈Dead Prez의 로고를 왼쪽 손목에 문신으로 새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밖에 하지 못하고 그만뒀다. 그나마도 지금은 많이 지워져서 푸르스름한 점 몇 개처럼 보일 뿐이다.
손에 문신이 있는 것을 보고 스트레이를 겁내는 사람들이 있다.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았다는 뜻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는 손에 문신을 한 일을 후회한다. 그러나 지울 생각까지는 없는 듯하고, 깨끗하게 지우는 일도 불가능하다. 타투이스트로 성공한 어릴 적 친구에게 부탁해서 더 깔끔하게 리터치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리터치를 한 것도 아직 노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오랜 친구라서 무료로 해 준 모양이다.
오른팔 안쪽의 항해의 별 문신은 비록 다른 문신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한 것이기는 해도, 타투 건으로 했기 때문에 바늘로 한 문신보다는 훨씬 덜 지워졌다. 그래도 리터치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꽤 연해졌다. 무정부주의의 상징인 검은 깃발 같은 것을 그 위에 새로 문신해서 덮어버리고 싶다고 스트레이는 말한다.
(*예전에 '스트레이, 미국의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수정 보완해서 다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