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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09. 2020

조계사  曹溪寺

천년고찰을 이끄는 백 년 사찰

천년고찰을 이끄는 백 년 사찰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으로 전진에서 불상과 불경이 전해진 것에서 비롯된다. 이후 백제, 신라 순서대로 불교가 전래되었으며 국가가 중심이 되어 민중에게 전파되었다. 국가가 주도하여 종교를 받아들이니 아무래도 우리나라 불교 특징이 호국적인 성격일 수밖에 없다. 나라의 지원을 받아 전국에 절을 많이 지어졌으며,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왕과 나라의 안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원했다.

많은 사찰에서 불경을 열심히 공부하고 도를 닦은 스님들이 전국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이런 출중한 고승 덕분에 불교의 가르침이 폭넓어지고, 그분들이 해석하는 교리에 따라 여러 종파로 나뉘기도 했다. 원효의 법성종, 의상의 화엄종, 보덕의 열반종, 자장의 계율종, 진표의 법상종 등 교종 5교가 이때 성립되었다.  

8세기 말부터는 교리보다 참선을 중시하는 선종이 유입되어 기존 교종과 더불어 5교 9 산(五敎九山)이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 억불정책에 따라 불교의 여러 종파는 합종과 폐종을 거쳐 세종 때에 이르러 선종과 교종만이 남게 되었다. 

그 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더불어 왜색불교를 버리고 우리나라 민족 불교의 고유성을 되찾고 승단을 정화한다는 목적으로 1962년 대한불교 조계종이 발족되었다. 이후 여러 가르침에 따라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으로 다시 분화되었다.  


조계종의 총본산 조계사

조계사는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조계사 총무원은 도성 4대 문 안에 최초로 설립된 사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기는 조선시대 이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이 세워지기 전까지 도성에는 많은 사찰이 있었다. 하지만, 유교국가 조선은 철저한 숭유억불 정책을 펼치며 당시 도성 내 사찰은 고려의 적폐로 몰아 허물어 버리고 승려는 강제로 환속시키거나 천민으로 강등하였다. 


청계천 위로 수놓은 연등

우리나라 유구한 역사를 가진 사찰의 총본산(조계종) 역할을 맡고 있는 조계사가 서울 사대문 안에, 그것도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 옆에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조계사는 조선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해인 1910년 각황사란 이름으로 창건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불교계의 상황이 참으로 복잡했다. 만해 한용운 스님 같이 나라 잃은 슬픔으로 조선의 독립과 민족자존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과 조선 오백 년간 사회적 멸시와 천대를 감수해야 했던 울분이 교차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조선총독부는 교묘하게 이용했다. 일제는 1911년 사찰령을 내려 조선총독부가 직접 불교계를 관할하며 관심을 두었으며 점차 일본의 종교색이 우리나라 불교계에 드리워지게 되었다. 일본 불교는 고유의 신앙인 신도와 융합되어 독특한 장례 위주의 색깔이 있었으며, 스님은 우리나라와 달리 결혼도 하고 가족도 이루어 일상생활 중심으로 기복 문화가 있었다.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는 불교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제에 침탈되었던 시기였다.


이후 뜻있는 스님들이 모여 조선 불교의 자주화를 위하여 각황사는 삼각산에 있던 태고사(太古寺)를 이전하면서 1938년 태고사라고 개칭하였다. 한국 조계종의 창시자였던 태고 보우국사를 모시던 태고사를 계승한다는 의미였다. 

해방 이후 안국동 등지에서 출가하여 공부하던 비구승들이 태고사에 몰려왔다. 가정을 이루며 불경을 공부하고 가르쳤던 대처승을 일본 불교의 잔재라고 몰아붙이며 왜색불교를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태고사에서 대처승들을 몰아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마침내 1962년 통합종단으로서 대한불교 조계종이 세워지고 태고사 역시 조계사로 개칭되었다.


청계천 위로 사천왕상과 깃발. 깃발은 불교 전래와 함께 탑이나 당간에 매달았다.




우리나라 역사문화 공간 조계사


지금의 조계사는 국제 문화도시인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로 우리나라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곳이 되었다. 불교 본연의 수행과 신행활동 외에도 볼거리도 많아 관광객에게 우리나라 역사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먼저 조계사에 들어서려면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첫 번째 관문 일주문을 통과한다. 일주문을 지나면 우측으로 늠름하게 생긴 백송을 볼 수 있다. 줄기가 회백색이라 쇠잔한 나무처럼 보이지만 천연기념물 제9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희귀한 나무로 고고한 자태에 눈길을 끈다. 백송은 예로부터 백의민족이라는 우리나라 정서에도 맞고 선비의 정갈한 자태를 닮아 귀한 나무로 대접받았다. 

천연기념물 제8호도 백송으로 헌법재판소 건물 뒤편에 있으며 수령은 600여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계사의 전신인 각황사가 있던 수송동은 이 백송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배롱나무에 매달은 연등

백송 말고도 눈에 띄는 나무가 배롱나무다. 나무껍질이 없고 수피가 매끄러운 배롱나무가 사찰에 심긴 뜻은 무엇일까? 꽃 향기가 백일을 간다는 배롱나무는 화사하고 수형도 아름다워 정원에 많이 심는다. 그런 유혹적인 나무를 사찰에 심은 이유는 배롱나무처럼 속세의 껍질을 훌훌 다 털어버리고 오라는 의미일 게다. 


법당 내 회화나무. 서울시 지정보호수.

                                                                                      

조계사에서 회화나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백송과 함께 수령이 500년가량 된 것으로 서울시 지정보호수다. 예로부터 회화나무는 가장 늦게 잎이 돋아 가장 늦게 잎이 지는 것으로 군자의 성품을 닮았다고 해서 군자 목으로도 불리며, 글을 읽는 선비가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나무였다. 


법당 내 회화나무. 서울시 지정보호수.

                                                                              

대웅전 앞 법륜. 윤회의 수레바퀴.

                                                                               

지금도 사찰 내에서 매일 새벽 예불(오전 4시경)과 저녁 예불(저녁 6시경)이 있다. 예불이 시작되면 사물을 치는데 사물을 치는 순서는 법고 → 범종 → 목어 → 운판이다.  사물의 울림은 각각 그 의미가 있다.  

경내의 사물 중 하나인 법고.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친다.


법고는 땅에 사는 뭇 짐승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날짐승을 제도하고
허공을 헤매며 떠도는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목어는 물속에 사는 물고기를 제도하기 위해,
범종은 부처님의 음성으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울린다. 


범종은 새벽 예불 때 28번 저녁 예불 때 33번을 치는데 이는 새벽에 28개의 지옥문을 열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저녁에 33개의 천상의 문을 열어 모두 극락으로 인도하는 의미다.  


대웅전 경내 천정


대웅전 내부의 불단에는 삼존불이 모셔져 있으며 중앙에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왼쪽에 아미타불, 오른쪽에 약사불이 모셔져 있다. 불당 뒷벽의 탱화는 대웅전을 중건할 때 그려졌다.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

                                                                              

대웅전 앞에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셔놓은 8각 10층이 있다. 탑의 비명에는 달마 바라라는 인도 실림 섬(스리랑카) 스님이 전 세계의 부처님 성지를 두루 순례하던 중 1913년 우리나라까지 와서 본인이 모시고 있던 사리 1 과를 불교계에 전해 주었고, 그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탑이 여기 8각 10층 탑이다. 


부처님 진신사리탑 조계사 8각 10층 석탑


대웅전 왼편에는 극락전이 있다. 내부 중심에는 아미타 부처님이, 좌우에는 각각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이 모셔져 있으며 좌우 측면으로 불법을 보호하는 십대명왕이 자리 잡고 있다. 

극락전에 계시는 아미타 부처님은 극락정토에 계신 부처님으로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극락전에는 제사와 영가천도 의식이 봉행되고 있다.  


조계사 극락전


대웅전 앞에 있는 향로


조계사를 돌고 다시 일주문으로 나오니 기둥에는 주련이 다음과 같이 걸려 있었다.

이심전심시하법 (마음에 마음으로 이법이 무엇인가)
불불조조유차전 (부처님이 역대 조사가 오직 전함이로다
조계산상일륜월 (조계산 꼭대기에 둥그런 보름달이 떠올라)
만고광명장불멸 (만고에 그 광명이 영원히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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