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퇴직한 선배들을 볼 때가 있다. 고위직으로 퇴직했든 하위직으로 퇴직했든 퇴직 뒤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오히려 나는 하위직으로 퇴직한 선배들이 더 잘 사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퇴직 뒤에 더 빨리 늙는다는 것이다.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하여튼 나에겐 그리 보인다.
또 이상한 것은 현직에 있을 때 후배들에게 함부로 했던 선배들은 그런 자리에 나오지도 못하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후배들이 알아봐 주지도 않는다. 서글픈 현실이다.
나는 퇴직한 선배들이 직장에 다닐 때보다 얼굴이 더 밝아진 모습을 잘 보지 못한다. 경제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말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내가 생각한 답은 미리 은퇴 준비를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가 말하는 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이 전부인 것처럼, 승진이 전부인 것처럼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다 보니 퇴직 뒤에는 무엇을 이루어야 할지 알지 못하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없다 보니 열정이 식어버리고 하루하루 시간만 흘러간다. 다가올 뒷날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잘나갔던 옛 시절을 돌이켜보는데 에너지를 쏟는다.
『하루를 살아도 후회없이 살고 싶다』의 저자 정태섭 교수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이들이 있다. 내 주변에도 지나간 세월을 안타까워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보다는 한 번도 제대로 도전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대부분이다.
인생에는 예행연습이 없다. 누구에게나 단 한 번의 무대만이 주어진다. 남의 눈치를 살피다 꿈을 접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인생이 지루하고 막막하다면 이제 뻔뻔하게 내 꿈을 좇아야 할 때다.
그렇다. 내 주변에도 지나간 세월을 안타까워하는 친구, 동료들이 있다. 하지만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지나간 세월을 후회한다면 행동을 바꿔야 하는데 술자리에서 하는 한탄뿐이다. 정태섭 교수의 말처럼 인생에는 예행연습이 없다. 직장 생활 핑계 대며 ‘시간이 없다’, ‘내가 이 나이에 이제 무슨 새로운 걸 하겠어?’, ‘뭘 하려고 해도 돈이 없는데’, ‘애들 키우느라 어려워’, ‘퇴근하고 집에 가면 몇 시인데’, ‘주말에는 쉬어야지’ 하는 따위의 핑계는 접자. 주변에서 뭐라 하든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 역시 ‘뭐? 안된다고?’, ‘무슨 말이야?’, ‘해보기나 했어?’ 하는 유명한 세 마디를 남겼다. 우린 해보기나 했나.
은퇴 뒤에도 마찬가지다. 죽는 날까지 새로운 꿈을 꾸고, 그것을 노트에 적어 날마다 보면서 방법을 찾아 이루어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이해인 수녀는 “내가 허송세월하고 있는 오늘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했던 내일이다”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오늘=누군가에게 간절했던 내일’이다. 바꿔 말하면 누군가에게는 오늘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 그 누군가가 나라면 이 아까운 시간을 허투루 쓰겠는가. 그래서 난 지금 내 꿈 중 하나인 ‘책 쓰기’를 이루기 위해 이렇게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다.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지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뭐 하러 지난 일에 대해 생각하나?
중요한 것은 미래다. 나는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로지 밝은 미래만을 보고 움직인다.』
- 워렌 버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