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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a Jun 15. 2022

그리움이 자라는 뜰

그리움이 자라는 뜰



밤이면 마치 나를 보러 올 사람이 있는 것처럼 뜰에 나가 서성이게 돼

담장 너머 빛나는 가로등 불빛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이내 내 가슴은 먹먹해지고 말지

그러면 급하게 시선을 돌려보기도 하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해

어떻게든 그 먹먹함을 털어버리려고 말이야

하지만 나의 노력은 무위로 끝나고 말아


누구는 이런 내가 외로워서라고 말하지만 

밤이면 나에게 스미는 이 감정은 외로움의 성격과는 멀다는 걸 알아

그리고 나는 알고 있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먹먹함은 그리움 때문이라는 걸


밤이면 내 그리움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지

그리고 달빛과 별빛이 내려준 양분을 먹고 막 자라는 거야

그러다 그리움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찰라치면 어느새 바람이 불어와 나를 건드리고 가는 거야

그러면 내 그리움은 다시 평온을 되찾게 돼


너도 알잖아 

그리움이 자라려면 그만큼 거리가 필요하다는 걸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는 그리움은 자라지 않는 법이니까

우리는 지금 그리움이 자랄 만큼의 거리에 있는 거야.


오늘 밤도 내 그리움은 하릴없이 자라고 있어 

그래서 나는 밤을 기다리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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