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미국 작가인 에이모 토울스(Amor Towles)가 쓴 『모스크바의 신사 Gentleman in Moscow』를 보면, 주인공인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1922년 머물고 있던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가택 연금을 당하게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단편소설 분량에 딱 어울릴만한 소재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 그것은 호텔에 가택 연금당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칠백 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후의 시대적 배경에 맞물려 주인공인 로스토프 백작이 32년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들로 채워져 있는 장편소설이지만 로스토프는 그 안의 삶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백작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대공이 백작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는데, 역경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과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형태로 던져지는 역경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평생을 연금 상태로 살아야 하는 형을 받은 사람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주인공인 로스토프 백작의 삶을 통해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나 역시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의 삶을 규정짓는 것은 바로 삶을 대하는 태도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이 시시해 보이고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자신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이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활동 공간의 작고 넓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결국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살게 되어 있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가장 최상의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특별하고 소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용기란, 우리 인간과 늘 공존하는 고통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볼 줄 아는 것이다.
할 어반(Hal Urban)의 『인생의 목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