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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Apr 16. 2017

미국의 비경, 왓슨 레이크

기대하지 않을 즐거움 II


어느 날 아침 문득 마주한 풍경이 생경하기도 하고,

생생하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막상 그런 풍경과 마주했을 때, 기대도 못했던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기쁠 수가 없다.  

그런 날은 반가운 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날이다.

오늘은 이런 풍경을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랜드캐년을 방문한 이튿날 집으로 오는 길에 만난 곳이니 만 일 년 전 일이다.



 여기서는 잠만 자고, 아침 일찍 출발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괜찮은 곳 만나면 들렸다가, 좋은 경치 만나면 좀 쉬기도 하고, 어디 그늘진 빈 의자라도 있으면 잠시 앉아 점심도 먹으면서 소풍삼아 가려고 했다.  묵었던 마을 산책이나 할겸 검색해서 찾아낸 곳이 바로 왓슨 호'다.  입장료 3불을 내고 안으로 들어서니, 휴일 치고는 좀 이른 시간일까?  

주차된 차가 몇 대 없었다. 얼른 보고 출발하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완만한 경사로의 끝머리에는 팔각정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였고, 그곳에 한 쌍의 연인이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잠시 주춤 거리다가 호수가 잘 보일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호수를 내려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의 아담한 호수가 마치 조각된 바위들로 병풍을 쳐놓은 듯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저 "아!"하는 감탄사만 터져 나올 뿐 말이 나오질 않았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그동안 봐왔던 호수들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왓슨 호'는 우리에게 '왔어?'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오밀조밀한 바위 언덕들 사이에 제방을 만들어 생긴 인공호인데, 그 경치는 말로 표현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맑고 푸른 물, 마치 물오리와 경주라도 하듯 노를 젓는 사람들,  

물 위를 거니는 물새들, 물오리들,

그리고 간간히 떠 다니는 낚싯배들, 노를 저으며 흥에 겨운 상춘객들,

그리고 호수를 이곳저곳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여럿의 둘레길...,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다정한 연인들,



잠시 바람만 쐬려고 들른 호수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잊은 채

둘레길을 돌며 경치 삼매경에 빠졌다


여행이 참 맛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여행은 참 맛있다.


오늘도 어느 시골 한적한 길 위에서

노량으로 걷다가 놀다가

하늘을 보며 긴 호흡으로 두 팔을 벌리고

춤추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다시 떠날 길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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