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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루 Jul 17. 2024

[에세이] 하마터면 중학교에 못 갈 뻔했다

#6. 엄마는 모르게

[에세이] 하마터면 중학교에 못 갈 뻔했다


 강산이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덤벙대는 건 어릴 때부터였다. 물건을 어찌나 잘 잃어버리는지, 오빠 따라서 샀던 안경은 초등학교 운동장의 수돗가에서만 여러 번 잃어버렸다. 엄마는 내게 새로 물건을 사주실 때마다, 크게 야단도 치셨지만 나는 크게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물건을 잃어버렸던 걸 보면.


 당시 초등학교에서는 짝수 주 금요일, 새마을금고 통장에 저금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적게는 1천 원부터 많게는 1만 원씩 자유롭게 저금을 했는데, 우리 엄마는 내 통장 사이에 현금 5천 원 또는 1만 원을 끼어주시면서,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잘 저금하고 오라고 당부하셨다. 용돈은 짰지만 저금을 위한 돈은 턱하니 내주시던 엄마는 "나중에 이 돈으로 중학교 교복 맞출 거야~"라고 하시며 저금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나는 당시 교복 입고 학교에 가는 주변 언니 오빠들이 부러웠기에 '교복을 맞추기 위한 저금'은 내게 너무 큰 의미가 됐다.


 그런데 당장 저금하는 날을 앞두고, 통장이 사라졌다. 2 주 전에 분명히 저금하고 집에 가져와 엄마에게 검사도 받았는데 통장이 보이지 않았다. 늘 제자리에 물건을 두라던, 일어난 자리는 뒤를 돌아 다시 확인하라는 말을 흘려들은 나는 집에서 통장을 잃어버리고 만 거다. 또 물건을 잃어버린 나를 보며, 엄마는 속 터진다는 말을 수십 번도 더 하셨고, 통장을 찾는 손길에 신경질이 담겨 점점 거세졌다. 괜히 억울한 마음에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꾹 참고 가방과 책상, 침대와 외투 주머니까지 모든 곳을 다 뒤졌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든 생각.(그리고 지금까지 이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이유)


- '나 중학교 못 가...?'


 저금한 돈으로 중학교 교복을 맞춘다는 말만 믿었던 나는, 그 통장을 잃어버렸으니 중학교에 못 간다고 생각했다. 용돈보다 큰 액수인 돈들을 한 번도 허튼 데에 쓰지 않고 열심히 저금했는데 통장을 잃어버려서 아니, 교복 살 돈을 잃어버려서 중학교에 못 간다니. 


 참았던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발 달린 통장을 찾아 헤매고 있던 와중, 엄마는 책상 서랍을 하나하나 다 꺼내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통장은 책상 서랍 뒤에 끼어 있었다. 지난 저금 이후로 내가 서랍에 통장을 넣어두긴 했으나, 정리 없이 꽉꽉 채워놓은 물건들에 밀렸던 모양이다. 돈에 대한 개념이 크지 않던 때였기에 잃어버린 돈, 통장을 찾았다는 기쁨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도 중학교 갈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던 그날의 내가 떠오른다. 하마터면 중학교에 못 갈 뻔했다.


 여전히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만, 지금의 나는 내 손을 떠난 것들에 대해서는 잘 잊고 지낸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발 달린 것들은 다 때가 되면 돌아오겠지, 하며. 안 돌아오면 새로 찾으면 되고-




 ・ 글쓴이 : 이가루(35/여/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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