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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카페

by ri

나는 카페를 좋아한다. 그럼 커피는?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냐 물으면 좋아한다고 해야 할 것만 같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를 빼고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맛을 잘 알거나 차이를 금방 알 정도로 커피 맛에 있어 까다로운 미식가 스타일은 아니다.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곁들여 마시는 커피가 좋고, 아침에는 업무에 들어가기 앞서 살짝 긴장을 주기 위해서 마시는 커피 한 잔도 좋아한다(그냥 먹고 싶어서 마시는 경우가 더 많음). 까딱 잘못해서 어쩌다 보면 하루에 커피 세 잔을 마실 때도 가끔 있지만 보통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게 되도록 세 잔은 피하는 편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좋은 복지가 하나 있는데 수요일, 금요일엔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이다. 직원들 간의 친목을 위해 대표님이 배려해 주신 것이다. 나는 출퇴근 시간도 1시간이 넘어가고 자취하느라 밑반찬 같은 건 없어서 항상 밥을 사 먹는데 수요일, 금요일은 우리 팀이 함께 카페에 가는 날이다. 우리는 평소 웨이팅이 있어서 먹지 못하는 손님이 바글바글한 맛집에 11시 반쯤 여유롭게 들어가 맛있는 점심을 먹고는 다음으로 갈 카페를 정한다.


그래봤자 한 시간도 있지 못하지만 그 30분 남짓한 시간이 우리 팀에는 한 주를 버티는 힐링 타임이다. 맛있는 음료와 꼭 먹지 않아도 코를 즐겁게 하는 달콤한 디저트들, 지겹지만 가끔은 재밌기도 한 일 얘기, 답답해서 하소연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좋은 얘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나누면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가끔 지나가는 침묵이 있어도 카페의 좋은 배경 음악이 스르르 그 빈 곳을 채워준다. 그렇게 카페에서만 나누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카페에선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 각자의 목표와 이유로 카페라는 공간에 모여 각자의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 나의 경우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진 않지만 나 역시 카페를 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카페에서 나는 내 일상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음미할 수 있다. 잘 생각해 보면 흘러가는 시간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순간이 잘 없다. 어쩐지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하니 괜히 슬퍼지는 것도 같은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시간은 잘만 흘러간다. 오롯이 흘러감을 즐길 수 있는 경험, 그것이 내가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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