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간 건 작년 여름이 처음이었다. 인스타에서 검색을 몇 번하니 금방 사는 곳 인근의 보호소를 찾을 수 있었고 직접 봉사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디엠으로 봉사 신청을 했었던 것이다.
막상 처음 봉사 신청을 할 때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한 여름이어서 고민이 되었다. 거기다 알려주신 보호소의 위치도 생각보다 멀어서 잠깐 망설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을 가다듬고 냅다 날을 정한 뒤 약속을 잡았다. 날이 덥고 멀다는 이유로 미루다 보면 결국 평생 못 할 거라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약속한 봉사날이 다가왔다. 더러워져도 되는 검은색 반팔티에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다. 집을 나서자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혔다. 괜히 이런 날 봉사를 한다고 했나? 이러다 더위 먹는 건 아니겠지? 선선하고 날도 좋은 가을쯤 할 걸 그랬나?
또다시 스멀스멀 내 안의 방해꾼이 부정적인 바이브를 뿜기 시작했고 잠깐 더위도 잊고 불안도 가라앉힐 겸 봉사를 다 마친 순간을 상상했다. 반가워할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의지가 굳어졌다. 그렇게 익숙한 동네에서 낯선 동네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인적이 드문, 곳곳에 밭이 있는 한적한 풍경이 펼쳐졌다.
정류장에서 한 10분 넘게 걸어 보호소에 도착했다. 봉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살짝 젖은 앞머리를 매만지고 보호소 담당자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간단하게 보호소를 소개해주시고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아이들의 특징과 오늘 할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그날 봉사 신청을 한 사람은 나 한 명뿐이었다. 학교나 단체로 가는 게 아니라 개인으로 가는 봉사는 처음이기도 하고 다른 분들과 함께 하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긴 하겠지만 어쩐지 마음 편하게 차라리 혼자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마침 혼자라니! 오히려 좋았다.
그런데 보호소를 둘러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대형견들이 많고 비닐하우스 형태로 되어 있어 지붕은 있었지만 야외 견사나 다름없어서 그늘에 혀를 빼고 누워있는 개들을 보며 혼자 괜찮을까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그 사이 담당자분이 내게 산책하기에 괜찮다는 아이의 목줄을 척 넘겨주셨다. 그러면서 긴 팔을 입는 게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셨다. 나는 뭣도 모르면서 일부러 씩씩하게 괜찮다고 답했다. 이렇게 내가 아이들과 산책을 가 있는 동안 담당자분들이 빈 견사를 치우는 방식이었다.
이제 산책을 간다는 걸 아는 아이가 신나서 꼬리로 내 종아리를 툭툭 쳤고 녀석이 치고 지나간 자리엔 털이 묻었다. 로프 같이 굵은 목줄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전까지는 관찰이었다면 이제야 덜컥 봉사하러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배변봉투를 챙기고 보호소 후문과 연결된 길을 따라 산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산책길 초입을 벗어나기도 전에 제자리를 돌다가 뒷다리를 쪼그렸다. 그러고는 곧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물컹하고 따뜻한 똥을 배변봉투에 담고 달랑달랑 흔들면서 산책을 이어갔다. 사람은 거의 없었고 차만 몇 대 지나가는 시골길이어서 산책 초보인 내가 큰 아이들을 컨트롤하기에도 안전했다.
그런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어떤 아이는 얼마 가지도 않아서 다시 보호소로 돌아가려고 해서 달래고 달래 시간을 벌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냄새 맡기를 좋아해서 계속 잡초가 무성한 쪽으로 가 잔뜩 묻은 도깨비 풀을 하나하나 떼어줘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난감한 때는 두 장의 배변봉투를 다 썼는데 또 배변을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잠깐 당황했다가 묶었던 봉투를 다시 푸르고 손을 더럽히지 않도록 나뭇잎을 이용해 어떻게 수습을 했다. 그다음부터는 배변봉투를 두 장 이상 챙겼는데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신기했다. 조용하고 의젓하게 산책하는 아이부터 산책 전부터 제자리에서 뛰다가 반갑다고 내 허리춤에 덥석 양발을 올리는 아이까지 그제야 왜 긴 팔을 입으라고 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첫 봉사를 마치고 담당자분들이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다.
이후로 개인 봉사는 한 번 더 참여한 뒤 지금은 유기견 봉사 소모임에 가입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여하고 있다. 두 번째 봉사에서 단체로 봉사 오신 분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썩 좋아 보였던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일을 하니 시설에 훨씬 도움이 많이 되어 보였던 것이 컸다.
하는 일 자체는 청소나 산책 정도로 대단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일에 힘을 보탤 수 있고, 좋아하는 강아지와 고양이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게다가 같이 봉사하는 분들을 보면서 긍정적인 영향도 받고 집사인 분들과는 고양이에 대해 정보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어제 올해 다섯 번째 봉사를 하고 왔다. 목표는 올해 열두 번 봉사 참여하기인데 이제 목표의 반 정도를 채워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외출하기 싫을 정도로 무덥고 추운 날에도 귀찮음을 이겨내고 봉사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그런 순간이 올 땐 내가 쓴 글이라도 보면서 노력해야지. 아니, 노력하지 말고 그냥 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했던 것처럼. 봉사한다는 의무감보다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벌써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