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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롤모델, 조용히 성장하는 사람

by ri

한국인 하루 평균 유튜브 시청 시간은 약 139.37분이라고 한다. 1인당 하루에 2시간 20분 정도 유튜브를 본다는 말이다. 우리는 유튜브를 보며 때로 일상의 피로를 잊고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적지 않은 위로를 얻곤 한다. 영상들을 챙겨보다 보면 소소한 즐거움도 좋지만 내적 친밀감이 자라나는데 오늘은 내게 그런 채널인, 조금 낯부끄럽지만 인생의 롤모델 중 한 명으로 삼고 있는 채널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 이름은 바로 "무빙워터"다.


이 채널을 아시는 분은 잘 아실 테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무빙워터가 지닌 매력을 (너무나도 많지만) 세 가지로 추려보겠다. 첫 번째, 웃기다. 웃기려고 작정하고 아이디어를 짜는 개그맨들의 채널을 비교하면 안 되지만 가볍게 풉- 침이 튀는 정도의, 유튜버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들었을 당시는 웃긴 줄 모르다가 집에 가서 샤워를 할 때 생각나서 풋- 터지는 웃음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대충 이 정도로 얘기를 하면 그런 류의 유머를 좋아하는 분들은 예상이 가실 것이다.


두 번째, 사람 냄새가 난다. 무빙워터 채널에는 가족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과 아들. 단란한 네 가족이 함께하며 별 것 아닌 일로 웃음을 터뜨리거나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의 하루가 어땠는지 묻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아내분과의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루어진 대화를 담은 영상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볼 때도 그렇지만 서로를 바라볼 때 부부의 애틋한 눈빛, 남들은 알아봐 주지 못하더라도 누구보다 먼저 서로를 알아채는, 시간이 흐르면서 켜켜이 조금씩 쌓아와서 어느새 단단해진 케미가 느껴져서 어쩐지 나랑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인데 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 어떤 결혼장려 콘텐츠보다도 강력하게 결혼에 대한 긍정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세 번째, 배울 점이 있다. 채널주는 직장인이었을 때부터 영상을 올렸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퇴근 후에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거기다 잘 될 거라는 보장도 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일단 그냥 시작했다. 편집도 할 줄 몰랐지만 하면서 배워갔다고 한다.


그러다 하나둘 영상이 모이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유튜브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알고리즘을 타서 구독자 유입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가 26만 유튜버가 되었던 이유가 그저 운 때문이었을까? 이루고자 하는 것에 있어 마음을 다하는 정성, 성실, 끈기, 집념, 용기, 긍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쓴 책을 출간하고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강연 요청에도 그의 배움은 계속된다. 최근까지 그는 새벽 6시에 일어나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구독자들과 간간이 소통을 나누며 또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요즘은 재즈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데 언젠가 콘서트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또 수영을 꾸준히 해오면서 한강 수영대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삶의 대부분은 지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마음이 끌리는 길, 하고 있으면 재밌어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일에 아무도 모르게 열정을 쏟고 있다. 그러한 열정의 근원에는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간절함이 깔려있다.


당신은 지금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가? 혹시 그러하더라도 늘 달라질 것 없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다 보면 그만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잠시 쉬었다가 다시 뛰어도 된다. 왜냐면 어차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근데 생각해 보면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고 자신의 뜻을 추진해 보는 일, 그처럼 심플하면서 멋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 일을 하는 데 혹은 일상을 좀 더 즐겁게 보내는 데 긍정적인 위로와 힘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무빙워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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