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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Sep 29. 2019

문화 기획을 하며 생긴 마음의 변화

인간은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생명체다

학교에서 문화콘텐츠를 만들며 좋은 콘텐츠의 시작은 함께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생겼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을 할 때 나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고 프로젝트를 열어왔다. 실제로 같은 컨셉과 내용의 프로젝트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양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근본적으로 프로젝트에 구성된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만약에 프로그램 기획자라면 가깝게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진행자가 어떤 일에서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소통해야 했다. 더불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소비자나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만족도를 최대로 높일 수 있는지 진정성 있는 고민도 필요하다.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자기 자신도 사랑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연말에 열렸던 KBS 방송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한 배우는 “드라마를 찍는다는 건 누군가의 삶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나는 그 배우의 수상 소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배우가 작품을 작업하면서 드라마 캐릭터에 깊이 있는 몰입을 하듯이, 나도 학교에서 다양한 주제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참여하며 그 순간에 깊은 몰입감을 느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웹툰 작가, 스타일리스트, 요리사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경험했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동안 평소보다 그들의 삶을 깊이 생각했다.      


사랑하는 순간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들          

누군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의견 차이나 소통 단절에 의한 갈등으로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고, 때론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기면서 기쁘고 행복한 마음도 나눈다. 가끔은 다가온 이별의 순간에 아쉬운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모두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것들은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마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등의 등장은 일의 자동화를 가속시켜 도시에 사는 인간의 일자리를 점점 위협하고 있다. 많은 일이 자동화되는 상황에서도 감정 지능을 사용하여 면대면으로 얼굴을 보고 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인간의 직업들은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인간은 누군가의 아픔에 함께 슬퍼하고 누군가의 행복에 함께 기뻐한다. 감정을 나누면서 인간은 하나의 유기체로 구성원과 함께 도우며 성장하고 공동체가 함께 진화하는 삶을 살아간다.      


진심어린 애정이 진화의 원동력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많은 축구팬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도 근본적으로 축구와 사람에 대한 그의 진심어린 애정에서 출발한다. 사람에 대한 그의 사랑은 약체라고 생각했던 베트남 축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여 하나의 팀으로 진화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베트남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꿔 놓았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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