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우리 큰 아이는 새로운 어른을 만나면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삼촌은/고모부는/이모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왜요?'
아이가 더 어릴 때는 주변 어른들에게 '꿈이 뭐예요?'라고 물어 당황하게 했는데,
좀 크더니 어른들은 꿈이 없다는 결론을 냈는지, 어릴 때 꿈을 묻는 것으로 질문을 바꿨다.
요즘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입학해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꿈을 정하도록 강요(?) 받는다. 직업체험도 하고,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질문지도 하고, 동네 탐험 단원에서 동네 이웃의 직업 인터뷰도 하고, 새로운 직업 조사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직업들을 탐색한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마치 숙제처럼 꿈을 정해야 하는 아이의 막막함을 바라보면 안타까울 때도 많다.
우리 큰 아이는 원래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아마 많은 아이들의 장래희망일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꿈을 바꿨다. 그 이유가, 어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가르치는 본업은 40% 정도고, 하기 싫은 관리 업무가 60%라고 하셨단다. 학원부터 시작해서 워낙 다양한 곳에 선생님이 계셔서 어떤 분이 말씀하신 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바로 다른 직업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스타도 잠깐 꿈꿨었는데, 단념한 이유가 웃기다.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방송댄스를 꾸준히 해 보더니 자기는 춤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나...ㅋㅋ 나는 추가로 '공인'으로서 대중에게 공개된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지금까지 6년을 꾸준히 해 와서 가장 잘하는 피아노도, 좋아하긴 하지만 자기가 피아니스트 재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나는 피아노 전공은 안 할 건데, 그래도 피아노는 취미로라도 계속해도 되지?'라고 묻기도 했었다.
귀신같은 미각에 요리책을 너무 좋아하고, 요리에 관심도 보이길래 우리 남편은 AI도 넘볼 수 없는 '요리사'를 강력 추천했다. 아이도 매우 관심을 가진다. 나 같은 기성세대의 머리로는, 아이에게 해 줄 말이 '요리는 한식 아니고는 무조건 유학을 가야 하니, 외국어를 준비해야 해'라는 꼰대 같은 말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어느 날은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요즘엔 작가를 꿈꾸며 이야기를 지어내어 종종 써두기도 한다. 작가라고 하니 현실에 충실한 속물(?)인 내 머리에는 가장 먼저 '웹툰/웹소설 작가'가 떠 올랐으나, 초등 새싹에게 너무 빨리 이단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말은 안 했다.
방송인에도 관심에 있어 직접 방송반에 자원하여 올해는 방송반 PD도 해 볼 예정이다. 하.. PD도 스타가 되기에 얼마나 힘든 직업인가... 말을 말자.
우리 아이는 이렇게 열심히 꿈을 찾아 탐험 중이다. 과연 이런 접근이 아이의 장래희망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자발적을 이것저것 스스로 경험해 보는 것은 그야말로 손뼉 쳐줄 일이라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주의할 것은 내 입!
아이의 창의적일 수 있는 꿈을 나의 편협한 잣대로 초 치지 않는 것이 부모의 임무인 것 같다.
일례로, '아빠! 나 소방관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 아들에게, '그럼 공무원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공부 잘해야 돼'라고 절망으로 화답했다는 지인의 농담이 떠오른다.
아이가 '꿈을 정해봐야 뭐 하나~'하며 직업 선택에 부질없음을 느끼고, '그냥 회사에 취직하는 게 제일 낫구나'라고 결론지어, 묻지 마 취직을 위한 입시경쟁에 뛰어들까 봐 걱정도 된다. 무슨 꿈을 꾸든, 입시경쟁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부디 그 결정이 '차라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는 오늘도 주변에서 새로운 어른을 만나면, 장래희망 조사를 계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좀 더 사회를 날 것으로 알아가는 것은 뼈 아플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찍 '단념'하는 결정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아니야'라는 배짱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P.S. 배짱 있는 사람으로 자라면, 그때는 또 '남들처럼 살지~' 할 거면서 그래도 그렇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