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토끼 Mar 31. 2023

담임선생님 별로야

마음처방전으로 1학기 복용해보겠습니다.

새 학년이 시작한지 한 달이 다 되었다. 총회도 했고, 아이들이 집에서 재잘거리는 교실 이야기에서 담임선생님 성향을 파악해본다. 아직 상담 전이기는 하지만, 주변 이야기까지 끌어모아 맞춰보면 대충 견적은 나왔다.


제 점수는요... 글쎄요.

아이 점수는요... 그것도 글쎄요.


2023년에 빡빡이를 시키는 선생님이라니!

클래스팅을 사용하지 않는 원시(?)적인 선생님이라니!

마스크에 옷까지 통제하는 융통성 없는 선생님이라니!


아이의 이야기 속에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우리 선생님 정말 별로라는 말이 매일 터져나오지만, 나는 함부로 동조할 수가 없다. 나까지 아이말에 동조해버리면, 우리 엄마도 그랬다며 정말 별로인 선생님으로 단정지어버릴까봐 나는 그냥 들어주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엄마들 정보망(?)을 통해서 우리 딸 담임선생님이 흔히 엄마들이 좋아하는 활발하고 열정 넘치는 또는 수업을 잘 하시는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은 벌써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딸을 위해 예쁜 색안경을 쓰고 선생님을 비호하기로 결심했다.


누구나 아는 명언!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린 것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모든 일은 달리 보이기 마련!

단 한명이라도, 게다가 그게 내가 가장 믿는 엄마라면, 내가 하는 말 한마디는 아이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하여 마음을 이렇게 바꿔보았다.


빡빡이는, 4학년 같이 중요한 시기에 공부 걱정은 없게 하는 경험 많은 선생님으로!

클래스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4학년은 고학년이므로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선생님으로!

마스크에 옷까지 통제하는 것은, 선생님이 엄마라서 엄마 같은 마음으로 걱정해주는 선생님으로!

열심히 둔갑시킨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아이에게 담임선생님은 엄청 좋은 선생님이 된다.


어차피 1년, 싫어도 좋아도 같이 함께 지낼 담임선생님인 것을 어찌하나. 담임선생님도 우리 아이가 맘에 안 들지도 모를 일인 걸.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과 같이 지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해로 삼기로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1년만 지내면 되는 걸. 발령 한 번 나면 몇 년씩 지내야하는 직장인에 갖다 대면... 1년쯤이야! 어쩌면 내가 아직 선생님을 잘 몰라서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열심히 좋은 점을 찾아보련다.


마음은 쌍방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아이에게 불신의 말을 들려줄 수록 선생님과는 점점 멀어질 뿐이다. 그러니 아이 앞에서는 저얼대 선생님 흉을 보면 안된다. 이건 내 아이를 위한 것이지, 절대 선생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아이가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이 흐르는 길을 바르게 다져주는 것으로 올해 나의 목표를 정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