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방법을 알면 조금은 좋아진다
“요즘에 공부만 시작하면 과거에 안좋았던 일, 부끄러웠던 일, 이불킥할 만한 이런 잡생각이 자주 나고 일상 생활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데 공부만 시작하려고하면 잡생각이 계속나요. 이럴때 하면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도 사실 그랬다. 공부만 하려고 하면 자꾸 ‘흑역사’가 떠올랐다. 대학교 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살짝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다. 수업 시간에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마침 같이 팀 과제를 하게 되어 연락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팀 과제를 핑계로 자주 연락을 했고, 살짝살짝 개인적인 대화도 섞어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연락이 왔다. 그 친구가 “너 혹시 나 좋아하니?”라고 물어보았고 나는 “응? 아닌데 왜?”라고 말했다. 뭔가 분위기가 냉랭해 보여 아닌 척을 했다. 그러니 그 친구는 말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나 좋아하지마. 나 너에게 다른 감정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입구컷을 당했다.
고시공부할 때 왜 그렇게 그때 생각이 나던지. 공부만 하면 머리는 흑역사만 따로 추려서 생각나게 하는 ‘흑역사 자동 활성화 기능’이 있는 것 마냥 생각이 났다. 잡념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고, 잡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잡념은 어제 친구랑 대화했던 것부터 어린 시절 추억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꼬리를 물고 내용이 이어져서 잡념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몇십 분씩 지나있기도 한다. 일단 공부할 때 잡념이 떠오르면 잡념을 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흑역사’ 자체를 없애는 것이 좋다. 즉, 잡념 자체를 줄이는 생활 습관을 가지자.
어떤 생각이든 생각이 나면 계속 하고 싶어진다. 안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생각이 날때마다 생각을 계속 끊으려고 하자.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끊어보려고 했다. 먼저, 공부에 집중하자고 속으로 생각해보자. 그래도 잡념이 생긴다면 잡생각이 날 때마다 머리를 흔들면서 잡념의 흐름을 끊어보자. 또는 "자 집중! 집중!"이라고 소리를 내며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도 좋다.
잡념이 많이 생기는 날도 있다. 이런 날은 다른 날보다 목표와 공부시간을 쪼개보자. 원래 잡혀있었던 하루의 계획을 좀 더 세분화해서 20∼30분 동안 공부할 목표를 만들어보자. 그 공부목표가 달성되면 또 작은 목표를 설정하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고, 휴식시간의 주기를 줄여서 한 가지 목표가 달성되면 잠시 쉬고, 다시 작은 목표를 설정하여 달성하는 방식으로 집중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잡념을 극복하기에 좋다.
한 가지 방법이 지루해지면 잡념이 생기기도 하니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 앉아서 공부하던 것을 일어서서 한다던가, 독서실이 아니라면 소리 내어 읽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보자. 손으로 쓰며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념은 남아 있는 기억의 조각들이다. 구내식당에서 밥 먹은 일과 같은 일상적인 기억이 잡념이 되지는 않는다. 나의 뇌에 친구와의 다툼과 같이 충격적인 기억이라면 더 많이 떠오르고 잡념이 더 심해질 것이다. 잡념이 줄어들려면 생활이 심심해져야 한다. 전날 음악이 크게 나오는 술집에서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몇 시간 동안 큰 소리로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그 기억의 잔상이 남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즐거운 일들도 너무 많으면 다음 날 그 생각이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생활을 평탄하고 단순하게 관리해서 기억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