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참을 수 없는 침묵. 피곤의 끝. 모든 관계를 단순하고 간단하게. 그것이 글쓰기 속도를 가지는 방법. 자신부터 변화. 어떠한 그리움도 철저하게 등 돌릴 것, 냉혹해질 것. 자신에게 철저하지 못하면 타인에게도 마찬가지. 자신에게 따뜻하지 못하면 타인에게도. 자신에게 냉정해지지 못하면 타인에게도. 자신을 슬기롭게 다루기. 자신부터 실험할 것. 사소한 일부터 천천히. 느긋하게. 치열하게. (1991.7.8.)
- 그래서일까, 여전히 전화하지 않는다. 장욱진은 걸핏하면 카톡에 안부 올리고 김용덕은 성실하게 반응한다. 이충환은 시간 맞으면 짐짓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나는 눈팅이다. 문제는 그런 생관(生觀)이 결혼 후 가족에게 불편하다는 것. (2020.9.13.)
- 기억에 따르면 ‘무대섬’ 엠티(MT). 뒤늦게 홀로 출발했다가 결국 합류하지 못하고 돌아온. 백운계곡. 여름. 화살 햇살. 관리사무소에 ‘무대섬’ 찾는 스피커 방송해주는 대가로 행락객 상대로 떠드는 자연보호 멘트(announcement)를 써주었던. 연극에 흠뻑 빠졌던 무렵. 어둑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온. 홀로.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던 물안개. 어스름 속에서. 여전히 글은 쓰지 못하고. 써지지 않고. 지랄 발광해도. 안간힘에도. 잔인하게. 그런 날들이 있었다. (20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