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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Jan 21. 2022

육퇴 후 코코아 한잔. 두서없는 이야기.

개 같은 육아

요즘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지난주는 첫째 아이 감기에, 지난주와 이번 주는 내내 돌 지난 둘째 아이의 기관지 염과 함께 나의 새해 작업 포부는 작아져 갔다.


'그래.. 애들이 먼저지.. 아픈데 어째..'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 쓰고 싶은 글들과 그림이 떠올라도 그냥.. 체념해야 했다.

아이가 잠들어 일에 집중하면 꼭 아이가 깰 때가 되니까. 나를 내려놓아야 했다. (시작하지 않고 포기하면 잠에서 깨는 아이를 원망하지 않기에...)



그 와중에도 작년 12월부터 계획했던 이제 7살 되는 첫째 아이 영어 유치원 방과 후도 알아보고, 어린이집 비중을 줄이고 예체능 학원이나 기관을 알아봐서 등록하고 따라다녔다. 그리고 이번 1월부터 내년 3월 병설유치원을 새로 가는 아이 스케줄을 미리 짜서 아이가 이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지.. 예습 비슷한 시간을 가졌다.



나는 작년 목동 주택가에서 목동 단지로 이사를 왔다.

내가 자란 목동 단지. 그때는 학구열이 높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목동 학군의 중심에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기에 동네 자체는 어색하지 않았지만 주위에 들리는 소리는 어색했다.


-먼저, 이사 온 후 지역 변화로 바뀐 학습지 선생님은 6살 아이에게 연산 문제를 많이 내주셨다."어머님, 이 동네 애들은 다 이렇게 해요...!" 라며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었고 이사 후 혼란의 시간을 겪고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수를 알고 싶어 하던 아이의 요청에 시작했던 학습지인데.. 아이는 금방 탈이 났다. 나는 학습지를 그만 두기로 했다. 아직 7살... 더하기를 배우는 것보다 창의적인 책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남편은 그것 또한 이겨내야 한다며 아이의 학습지를 그만두는 나를 이해 못 하는 듯하다.


-영어 유치원 방과 후

동네 애들은 대부분 어디를 다니나.. 조금 살펴보니 어린이집보다는 영어 유치원 가방이 많이 보였다.  나는 원래 목표가 좋다는 이곳 병설 유치원이 목표였으니, 영어 유치원은 아니겠고.. 이 동네 애들은 초등학교 전에 영어를 다 겪고 온다니 왠지 나도 내 아이를 영어 유치원 방과 후 반에라도 가서 영어를 쥐어짜듯이 배우게 해야 할 듯했다. 그래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 영유 방과 후에 돈을 넣었다.


어떤 영유는, 대 놓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기도 했고,

어떤 영유는, 테스트가 필요하다 했다.


아직 아이이기에 그렇게 하고는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가벼운 마음이 문제였던 것 같다.

영유 방과 후에 미리 탐방하는 날이 있어 가보니.. 글쎄. 그냥 지금 다니는 단독주택 어린이집이 나을 것 같았다. 하루에 영어책 3권.. 빽빽이 배우고 숙제까지 있다 하니. 아니다 싶어서 뒤돌아섰다.


나와 기준이 맞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미리 시키고 싶은 열정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그 정도로 해두자.


근처 문화센터 수업 중에 영어로 말하는 놀이터를 하나 등록하고 집에 왔다.


취소했다는 남편은 내게 말한다. 그러면 영어를 우리가 가르쳐야겠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응'이라고 대답했다.

대답은 잘했지만.. 또 할 일이 늘어나서 한숨 먼저 나왔다.



나는 이 동네에서 컸지만, 공부에 특기가 없었다.

다행히 그림에 특기가 있어 그래.... 대학은 상대적으로 쉽게 갔다.

그게 다다.

엄마는 내게 은 학원을 보냈지만, 이곳에서 중위권을 돌던 나다. 결국 내가 다녔던 학원들 중에 내가 진정 원해서 다닌 학원들만 나를 빛나게 해 주었다. 진정원 했던 학원들의 공부에는 내 노력이 들어갔거든..


나의 아이는 나와 다를까?

글쎄.. 다르지 않겠지.. 내 자식인데..


아직 아직이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나의 속도를 잃어버렸던 것 같다.

공부.... 그 나이의 등수가 절대 인생의 다가 아닐 텐데.. 다 알면서 이 동네 애들은 그렇게 한다는 말에.. 잠시 혼란을 겪고 아이에게 나의 교육관과 맞지 않는 푸시를 한 것 같아서 잠시 미안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면 아이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 그건 책의 세계였다.


아직도 나의 그림 세게의 로망으로 남아 있는 계몽사의 디즈니 세계명작... 나는 그 동화를 9살쯤 이곳에 이사 와서 양천 도서관에서 봤다. 그리고 거의 매주 가서 그 동화책에 있는 그림들처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뭐 물론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그 이후로 많은 학원과 좌절과 기쁨이 있었지만. 지금도 그 동화를 한 장 한 장 볼 때 희열.. 재미를 기억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것에 보통 이끌렸던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그 동화네 있는 그림들처럼, 이야기가 담기고 따뜻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금도 노력한다.


내 능력이 부족해 잘 안되고 있지만.




글을 쓰다 보니 두서가 없어졌는데, 아무튼 나는 아이를 그 아이 속도에 맞게 키우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고 보듬어 줄 것. 그리고 최종 목표인 독립을 위해 아이가 잘하는 것을 함께 찾을 것.


학습은 아이가 준비가 좀 되면 해야겠다.


아직은 말랑말랑한 뇌로 창의력이 폭발할 때라고 하니.. 책과만 가까이 있게 해 주어야겠다.


_괜찮을까??? 걱정이 앞서는 이 밤.. 아이들 다 잠들고, 남편도 잠들고.. 따뜻한 코코아 한잔 타서 생각을 정리한다. 정리해봤자 내일 또 흩어지겠지만...



아... 엄마 되기 어렵다. 진쫘!!!!




둘째 재우고 오늘마저 그림을 안 그리면 슬플듯하여 폭주하여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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