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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함께하는 집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주택에서의 삶

by 이소발
솔직한 이야기 .jpg

나는 아파트 저층을 좋아했다.

아파트는 공용 화단이 있어서 저층에서 누릴 수 있는 나무들의 풍경과 공용 화단에서 올라오는 풀냄새가 참 좋았다. 아파트 3층에서 살 때 가장 행복했던 것은 나무가 보이는 풍경이었다.

우리 가족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무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운명 같은 이 집을 계약했을 때,

하나 아쉬운 점은 집 주변에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가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 집 남향 쪽에 세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지만, 키가 한결같이 작아서 높은 2층인 우리 집 창문에서 보이지가 않았다. 멋진 주택 라이프는 참 마음에 들지만, 창밖에 푸르르함이 없으니 무언가 잃어버린.. 그런 허전함이 느껴졌다. 자리가 남는 1층에 화단을 만들어 나무를 심을 생각도 했지만, 화단을 만드는 비용은 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저렇게 아쉬운 대로 주택에 적응할 때쯤, 남편이 나무를 사러 가자고 했다.

옥상 위에 놓을 우리의 반려 나무들을.

식물과 함께하는 집_1.jpg


남편의 뒤를 따라간 그곳에서 우리는 넓은 화분에 심을 수 있는 반려 나무들을 집에 들였다.

볕이 항상 있는 옥상에서 그제야 나는 푸르름을 감상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보이는 푸르름이 없으니 허전한 마음은 여전했다.


고민 끝에 집안에 작은 화분들을 들여놓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창과 창 사이에 무언가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사실 화분을 들이는 일은 내게 두려운 일이었다.

살아 숨 쉬는 식물을 내가 케어한다는 일은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내게 큰 모험이었다.

게다가 나는 여러 번 식물들을... 죽여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 두려움에 대항하기 위해 나는 '식물과 함께 사는 집' '식물 수집가' '분재 그림책' 등의 식물에 관련된 글을 읽었다. 글쓴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주의할 점.. 해야 할 점.. 얻을 수 있는 팁들을 기억하여 나 자신을 독려했다.


여러 개 한꺼번에 사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 나는 한두 개 정도 키워보기로 했다.

일산의 식물 직판매 매장에 가서 책에 나온 대로 판매하시는 분에게 꼼꼼히 관리법을 물어본 후 율마와 잎이 이쁘게 늘어지는 접란 계열의 식물, 그리고 충동구매로 너무 이쁜 보라색 들꽃을 사 왔다.

나의 두려움과 다르게 이 식물들은 잘 자랐다. 보라색 들꽃만 빼고..

"뭐 세 개 중에 두 개 잘 키워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허전한 창가에 하나둘씩 화분들을 사 와서 진열해놓고 보살피고 있다.


IMG_20180828_165033_730.jpg 비오는 날_ 배부른 초록이들

창가에 놓아둔 화분들의 잎은 바람이 불면 살랑, 햇빛이 비치는 날에는 햇빛에게 고개를 내어주며 나에게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초록이들을 몇 개 들였을 뿐인데 회색과 나무색만 있던 우리 집은 좀 더 풍성해지고 이뻐진 느낌이 든다. 공기가 맑아진 느낌은 물론이고.. 음 집에 입체적 아름다움을 준 느낌이랄까.


초록이들의 텍스쳐는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기 때문에 집의 그 어떤 패턴 혹은 장식보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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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에 한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며 삶을 함께 지내는 초록이들은 내게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사실, 집 밖에 아주 큰 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그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드니까.. 내 수준에서 부담 없고 행복할 수 있는 이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함께 살아가야겠다.




요즘, 식물을 집에 들이는 팁을 담은 예쁜 내용의 책들과 글이 참 많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은 '식물을 기르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보편화되고 식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어떤 것보다 생명을 담고 있는 식물을 일상의 행복으로 여기고 함께 기르며, 지낼 수 있는 삶이 얼마나 기쁘고 보람된 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처럼 언젠가는 알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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