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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Jan 12. 2019

식물과 함께하는 집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주택에서의 삶

나는 아파트 저층을 좋아했다. 

아파트는 공용 화단이 있어서 저층에서 누릴 수 있는 나무들의 풍경과 공용 화단에서 올라오는 풀냄새가 참 좋았다. 아파트 3층에서 살 때 가장 행복했던 것은 나무가 보이는 풍경이었다. 

우리 가족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무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운명 같은 이 집을 계약했을 때, 

하나 아쉬운 점은 집 주변에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가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 집 남향 쪽에 세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지만, 키가 한결같이 작아서  높은 2층인 우리 집 창문에서 보이지가 않았다. 멋진 주택 라이프는 참 마음에 들지만, 창밖에 푸르르함이 없으니 무언가 잃어버린.. 그런 허전함이 느껴졌다. 자리가 남는 1층에 화단을 만들어 나무를 심을 생각도 했지만, 화단을 만드는 비용은 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저렇게 아쉬운 대로 주택에 적응할 때쯤, 남편이 나무를 사러 가자고 했다. 

옥상 위에 놓을 우리의 반려 나무들을. 


남편의 뒤를 따라간 그곳에서 우리는 넓은 화분에 심을 수 있는 반려 나무들을 집에 들였다. 

볕이 항상 있는 옥상에서 그제야 나는 푸르름을 감상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보이는 푸르름이 없으니 허전한 마음은 여전했다.


고민 끝에 집안에 작은 화분들을 들여놓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창과 창 사이에 무언가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사실 화분을 들이는 일은 내게 두려운 일이었다. 

살아 숨 쉬는 식물을 내가 케어한다는 일은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내게 큰 모험이었다. 

게다가 나는 여러 번 식물들을... 죽여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 두려움에 대항하기 위해 나는 '식물과 함께 사는 집' '식물 수집가' '분재 그림책' 등의 식물에 관련된 글을 읽었다. 글쓴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주의할 점.. 해야 할 점.. 얻을 수 있는 팁들을 기억하여 나 자신을 독려했다. 


 여러 개 한꺼번에 사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 나는 한두 개 정도 키워보기로 했다. 

일산의 식물 직판매 매장에 가서 책에 나온 대로 판매하시는 분에게 꼼꼼히 관리법을 물어본 후 율마와 잎이 이쁘게 늘어지는 접란 계열의 식물, 그리고 충동구매로 너무 이쁜 보라색 들꽃을 사 왔다.  

나의 두려움과 다르게 이 식물들은 잘 자랐다. 보라색 들꽃만 빼고.. 

"뭐 세 개 중에 두 개 잘 키워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허전한 창가에 하나둘씩 화분들을 사 와서 진열해놓고 보살피고 있다. 

 

비오는 날_ 배부른 초록이들

창가에 놓아둔 화분들의 잎은 바람이 불면 살랑, 햇빛이 비치는 날에는 햇빛에게 고개를 내어주며 나에게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초록이들을 몇 개 들였을 뿐인데 회색과 나무색만 있던 우리 집은 좀 더 풍성해지고 이뻐진 느낌이 든다. 공기가 맑아진 느낌은 물론이고.. 음 집에 입체적 아름다움을 준 느낌이랄까.

 

초록이들의 텍스쳐는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기 때문에  집의 그 어떤 패턴 혹은 장식보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삼일에 한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며 삶을 함께 지내는 초록이들은 내게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사실, 집 밖에 아주 큰 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그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드니까.. 내 수준에서 부담 없고 행복할 수 있는 이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함께 살아가야겠다. 




요즘, 식물을 집에 들이는 팁을 담은 예쁜 내용의 책들과 글이 참 많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은 '식물을 기르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보편화되고 식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어떤 것보다 생명을 담고 있는 식물을 일상의 행복으로 여기고 함께 기르며, 지낼 수 있는 삶이 얼마나 기쁘고 보람된 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처럼 언젠가는 알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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