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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Aug 26. 2024

소소한 일상과 행복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은 찾아온다.


‘딩동’하고 알림음이 울린다. 봄나물을 위해 시장 골목길에 들어선,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며칠 전 적어낸 글쓰기 반의 수강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문자이다.     


뛸 듯이 기뻤다. 이건 필시 행운이라 생각했다. 막연히 나는 언젠가는 글을 써야겠다고, 아니 쓸 거로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이어야 한다. 회갑과 퇴임 그리고 중간정산. 절묘한 타이밍의 시의적절이다. 거기에 책까지 출간한다고 하니 한껏 자랑일 수도 있을 터이니.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이 말 그대로 날 것이지만 편지는 잘 쓰지 않던가. 왕복 세 시간이 족히 걸리는 수업의 여정에 즐거이 참여하고 빠져든다.     


몇 해 전 브런치 스토리 작가에 응모했었다. 낙방이었다. 글 몇 편을 저장 글에 남긴 채 덮어두었다. 얼마 전 글쓰기 반 작가님께 교정을 청한 세 편의 글이 좋다고 하셔서 브런치스토리에 올렸더니 단번에 통과되었다. 김에 작가가 된 듯 기뻐하며 몇 군데 자랑했다. 그중에는 이미 이 과정을 통과한 채 짐짓 축하 인사를 보내오는 일도 있었다. 저장 글을 수정하고 과제를 챙겨서 발행해 봤다. 라이킷이 올라오며 10개가 넘으면 별도 알림이 오는 체계는 노트북 앞에 계속 앉아있게 했다. 술술 읽히면 잘 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에서 발견해 낸 다른 이의 글들은 자신의 얘기를 살짝살짝 만 비치는 정도이고 즉 ‘나는 어쨌습니다’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 개인정보의 선을 넘나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시점이 현재형이어서 가진 산문들은 하등 적합하지 않다는 것과 현실 참여형 리포트를 개조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 초짜인 나는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건가? 언제까지 일기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중이니까.     


 ‘나의 이야기’를 엮으려면 내게 나를 잘 소개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 작업이 가장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를 잘 알 수 있는 에피소드. 글쎄다. 지난 봄날의 글 한 편이 적당할까. 


신나게 풀어놓을 것이다. 우선은 글쓰기 반과 브런치 작가를 자랑할 것이다. 거기에 소중한 걸 꼽으라면 단연 선두인 나의 남편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중간중간에 나의 반찬 나눔도 소개하고 이야깃거리를 위해 가끔은 4인용 식탁도 마련하자. 아이들은 배달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큰아이는 학교급식을 사랑하는데 본인 학교 영양사의 메뉴를 환호한다. 가끔은 엄마 반찬을 정성스레 챙겨가서 그릇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잘 먹는다. 아들은 저녁까지 먹고 퇴근할 수 있는 구내식당의 혜택을 누리는데 나라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식당이다. 그런데도 다행하게도 엄마의 밥상도 좋아한다.     


분가한 아이들이 방문하는 주말, 성원이 되어 완전체가 되면 우리는 작은 축배의 잔을 든다.      


주로 집에서 함께 한다. 으레 그러는 줄 안다. 음식 재료 공수는 그이가 담당하고 요리는 내가 전담한다.

제철 음식으로다. 직접 빚은 전통주는 함께 모인 축하주로 사용한다. 겨울에는 대방어회와 육회낙지탕탕이와 산 낙지를 참기름에 덖은 게 주된 메뉴이다. 여기에 오징어를 썰어 넣은 김치전을 더하면 완벽하다. 등심이나 치맛살 채끝을 구울 때는 전복 버터구이쯤이면 어우러진다. 대파 흰 줄기의 골뱅이무침에 닭발일 때도 있고 굴전에 어묵 잡채 양념게장도 준비한다. 물 없이 양파에 쪄낸 보쌈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장어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새우 소금구이와 함께하기도 한다. 생굴 또한 매력적인 안주인데 생굴을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채소 넣은 생굴 무침 생굴 전도 좋다. 며칠 전 담가놓아 적당히 간이 밴 간장게장과 새우장도 좋고 곰삭은 홍어도 상에 내놓는다. 가리비와 각 굴을 한 솥 쪄내어 하염없이 껍질을 까기도 한다. 적당히 물 농도를 맞춘 불고기와 잘 갈무리된 조기구이는 밥반찬에는 제격이다. 이때는 갖가지 김치가 격에 맞게 나오고 나물도 철 따라 달라진다. 그때마다 내 카스토리의 그림은 늘어만 간다. 아이들은 심히 만족스럽게 인사한다. 엄마의 집밥으로 객지 밥의 허기를 채우는 것에 행복해한다.     


잘 먹은 후, 불쑥 농담 반 진담 반의 대화가 이어진다. ‘엄마 밥은 메뉴 변화가 필요해.’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지?


지중해식 브런치 과정에 등록한다. 앞으로는 크림수프에 샐러드. 파스타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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