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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Dec 02. 2024

그래! 강진이야

그래! 강진이야  

   

강진 일주일살이의 글은 어디에 주목할 것인가.

-장소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혹은 인물인지

-성장하는 나의 자아인지

     

글 가는 대로다.  

   

내가 스무 살 초반일 때 한 친구는 조금 일찍 결혼했다. 강진에서.

나만의 기억. 그 친구 결혼은 시댁에서 행해졌다. 모든 식이 끝나고 우리는 우인으로 안방으로 안내되어 시댁에서 마련해 둔 잔칫상을 받게 됐다. 아마도 부잣집이었던지 그 상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제일 먼저 곶감 탕에 눈이 갔다. 막 그 음식에 손을 대려는 순간, 신랑이 냉큼 그릇을 집어 들더니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게 아닌가. 그때의 허탈감이라니.


나는 며칠 후 선배 몇이 모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왔다. 상대의 대답. ‘그 곶감 탕 내 결혼식에 와서 먹어라’ 나는 몇 해 동안 은근 기대했으나 그럴 일이 없게 되었다. 강진하면 곶감 탕이요 곶감 탕하면 그 선배가 되었다.

    

거스러미. 오른손 약지에 일정한 시간이 가면 거스러미가 인다. 난 그 사실을 잊었다. 거스러미가 거스를 때면 남편이 손톱깎이로 잘라주곤 했다. 까시럽고 심하게 거슬리며 심지어 뒤집혀 피가 나던 증세가 사라질 수 있게.     

하지만 나는 손톱깎이를 잊었다. 마치 요가 동작이 생각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것처럼 약지의 거스러미는 문제가 되지 않다가 시간이 가니 슬그머니 거슬리기 시작했다.  

   

내일 매상할 벼를 갈무리해서 100 가마 분량을 차에 싣고 준비를 끝냈다며 친구가 연락해 왔다. ‘그래 만나자’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 결혼식이 있고 난 후 처음 마주한 곶감 탕의 주인공도 함께 나와 우리 신랑넷이서 동석하기로 한 것이다.  한우촌에 자리를 잡고 제일 먼저 그 잔칫상에 관해 얘기했더니 ‘한 그릇 더 달라고 하시지.’ 그리 쉽게 해결되는 것을...  

    

우리는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잘 키워 여우 살이 한 아들의 얘기와 젊을 적 많이 아파 힘들었던 기억,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살림을 일구고 사회활동도 병행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나도 내 얘기를 하기엔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듯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물색하다 이곳으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친구와 함께 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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