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은 서해안과 남해안이 만나는 지점이고 중국과 일본의 중간거점으로 국제 무역의 중심지였다. 장보고의 군사시설 청해진의 설치 후 병영 상인이 등장해서 청해진이 폐지 후 쇠퇴했다가 고려청자 생산을 계기로 빠르게 부활하여 전라 병영성이 축조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병영에서 아이를 낳을 때 잘 나오지 않으면 ’옜다 저울‘하면 금방 나온다.
병영 상인들은 말꼬리로 만든 붓 12자루만 있으면 밖에 나가 1년 먹을 것을 벌어 온다.
병영 상인들은 강진군수 할래? 장사꾼 할래 하면 다들 ’장사꾼 할라요‘한다.’라는 말이 있다.
<병영 오일장>
어제는 마량항에 가보았지만, 축제를 끝낸 쓸쓸한 뒷자리의 느낌이었다.
오늘이 병영 오일장이라는 걸 서울에서부터 검색해왔는지라 맘먹고 나서기로 했다. 컴퓨터 작업이 늦어져 간단히 점심을 때운 후 숙소에서 3~40분 거리의 행로에 나서다. 하지만 분명 오일장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자리에 펄럭이는 의류를 걸어놓은 옷가지 상인 몇 명이 보일 뿐이다. “여기가 오일장인가요?
’장에 나오던 노인네들이 모두 돌아가셨소‘. 아침 일찍 잠깐 장이 서고 이내 시들어진다는 것이다. 서운하게 여기며 대신 병영성과 하멜 기념관을 둘러보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제일방앗간에서 참기름을 한 병 샀다. 그리고 병영양조장 건물을 발견했다. 전통주 빚기 반에서 강진 여행을 간다고 하니 남도의 막걸리를 꼭 사서 맛보라고 권유한 친구가 생각나서 반가이 방문했다.
<강진 오일장>
병영장과 달리 이튿날 일찍 서둘러 김장철 강진 오일장 기분을 맛보려 했다. 김장철이라 생배추도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는 모두 배추를 직접 절여 김장해서 강진 오일장이 매우 분주했다 한다. 그때는 절인 배추를 사는 것에도 흉을 보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모두가 완성된 김치를 농가에서 직접 주문한다는 말씀에 새삼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그래도 옛 정취와 명성은 그대로 남아있어 김치 부재료인 파와 갓, 생강 마늘이 즐비하고 수산전에는 생새우와 생굴 그리고 청각 등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나는 지금 심각한 고민에 있다. 해남 절인 배추를 주문해 놓았는데 주인댁의 완성된 김치와 바꾸어서 주문할까를. 꾀가 나는 것이다. 80k의 배추를 김장 하자면 지금부터 사들여야 하는 부재료는 차치하고라도 그걸 버무려 내는데 들어야 하는 공력과 저울질해대는 것이다. 암튼 오일장을 두루 돌아보면서 계속해서 생각 중이다. 나의 결론은 어디로 가 닿을지. 기다려 볼 일이다.
오일장에서 돌아오는 길. 우리 짐칸에는 시골 오일장의 풍미가 가득하다. 김장 부재료도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