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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후배의 글

by 제니아

아스라이 손에 잡힐 듯 또렷이

<길 위의 인문학.

책으로 이끈 강사는 조성일, 안시내


강서영어도서관 '24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자서전 책쓰기 프로젝트를 하신 선배가 보낸 책 한 권이

대구 연수 끝내고 돌아온 나를 반기다.


"내 얘기를 드립니다. 2024.11.26.화"


아하, 드디어 왔구나.

조심스레 선배의 한올한올 인생을 들여다보다.


자서전.

여섯 중 둘째. 시골 벽촌에서의 출발.

그녀의 인생 파도에 따라 나도 덩달아 출렁이다.

1장 행복해진다는 것

2장 아스라이, 손에 잡힐 듯 또렷이

3장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나

4장 혼자서 쓰는 공적조서

5장 내 인생 발자취


1. (이야기 한 축) 가족 그리고 자아의 원천

상경하신 부모님 대신 조부모댁에 남겨져 어린 동생 살피며 가장노릇하며 더 단단해지는 책임감으로 가득찬 성장기. 그리고 할머니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과 감사함이 배어나다.

용맹정진 뒤의 결실. 집안 기둥 역할 하시느라 고되셨어요. 이제는 다 내려놓으시고 사뿐사뿐하시길.


결혼 후 부모님을 책임지며 생긴 오해와 상처들이 있었으나 돌아가실 때까지 요양원에 의존하지 않고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게 된 원동력이 된 결혼생활 이야기.

남편 자녀 등 가족 그물망 관계 속 씨실과 날실로 얽힌 에피소드. 아프기도 했단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자서전은 자신을 치유하는 또 다른 과정인 듯.


가족을 위한 제철음식 한상밥상과

이모와 외숙모로부터 음식 비법 전수 경험은 이 글을 맛깔나게 하는 양념.


2. (또 하나 이야기 축) 직장 그리고 미래지향

<배우기를 즐기다>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는 걸 곁에서 생생히 보고 내 삼수 생활 때 모델링하다.

<해외아동 돕기>

그러셨구나. 나도 그랬다. 내 형편에 따라 굴곡이 있었던 것이 못내 미안했으나 내 마음은 지구 저편에 한 생명의 작은 삶의 의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여전.

<그리고 대안교육지원 청년밥상지원 반찬봉사활동>

넉넉한 인심과 맛깔난 음식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도서관 글쓰기반,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작가>

브런치작가 떨어져본 기억이 있는 내게 또다른 부러움과 찬탄이 오다.

자녀에게도 편지로 소통하여 훌륭히 키워내고.

가득 선물 보내실 때마다 정감 가득한 편지글 넣어주시는 정성에 놀라움이 그득했지.

이러실 줄 알았어. 글맛이 좋다니까.


<공직 40년에 방송대 학생으로 16년, 결혼 35년>

공부 욕심에 방송대 5과정 이수. 와우 대단한 끈기.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쓰는 것이 오롯이 자신을 위해 할애된 행복한 순간으로 느끼시는 열정가.

스무살 공직입문 후 사무관 승진 그리고 정년퇴직.


지금이 하루로 치면 12시 지나 오후 3시쯤이라 지나온 시간을 갈무리하기 좋은 시점에 쓴 인생 이야기란다.

남편 이야기할 때 밝아진다는 걸 보니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하시니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에

책을 덮으며 더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다. 굳럭.

책 글자체가 고딕이어서 딱딱하면 어쩌지하는 우려를 어느새 녹이고.


그리고 이제 나에게로 돌아와 내게 묻다.

저 붙었어요 승진 소식 전할 때 내 정년 나이를 맞추어 보시더니 주신 조언.

남은 공직기간동안 일만 하지 말고

퇴직 이후의 개인 삶을 미리 준비하라고.

가슴에 훅 꽂히다.


퇴직하면 모든 게 부진아라 하신다.

난 과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별 볼일 없는 내 삶은... 자꾸 돌아본다.>


오늘아침, 다가온 명절의례가 부담스러워 이리저리 헤메던 중 사무관 후배의 글을 발견하다.

혹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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