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
호도협은 장강의 상류인 진사강이 산과 산 사이에서 깊은 골짜기를 이룬 곳이다. 강은 물길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 풍경과 멀리 펼쳐진 설산이 조화를 이룬다. 차마고도(실크로드)의 시작으로 알려진 운남성에서 여기 호도협은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 구간을 트레킹할 경우 보통 1박 2일이 소요되지만 나는 좀 더 넉넉히 둘러보며 트레킹을 하고 싶어서 2박 3일을 잡았다. 첫날은 차마객잔에서 투숙, 그 다음날은 티나객잔에서 투숙, 마지막 날은 중호도협을 갔다가 리장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잡았지만 마지막 날은 컨디션이 안 좋기도 하고 비도 와서 중호도협은 가지 않았다. 첫 트레킹인지라 트레킹 전에 무척이나 긴장을 했다. 떨렸다. 트레킹 시작하기 전에 좋은 사람들 만나고, 길 잃지 않고,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속으로 바랐는데 재밌게도 트레킹 여정에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나는 우연히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운이 좋게도 길을 잃지 않았고, 상상 이상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을 밟았다.
와!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 내가 여기에 덜렁 온 것과 이 풍경이 정말 말도 안 돼! 트레킹 내내 내가 뱉은 말이다. 무척이나 힘들다가 옆을 탁 보면 처음 보는 말도 안 되는 절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이로움을 넘어서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중국어 하나도 모르는 외국인 여자가 등산 준비물 하나도 없이 덜렁 트레킹하는 것을 보고 용감하다고 엄지 척을 해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건 실은 내가 대단한 무식쟁이여서다. 무식한만큼 무척 고되고 힘들지만 내가 이 길을 포기했다면, 이 엄청난 걸 보지 못했겠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리장 버스터미널에 간 것부터 중간 중간 중국어 1도 몰라서 얼타는데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것, 첫날 생각보다 무진장 힘든 코스에 내가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지 끝없이 의심한 순간까지 무엇 하나 쉬운 순간은 없었다. 그러나 옆만 보면 ‘무지막지한 차마고도의 절경’에 힘든 것은 거짓말처럼 싹 잊혀졌다. 더불어 둘째 날 차마객잔에서 아름다운 절경을 보며 아침을 맞은 순간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호도협에 온 것만으로도 중국에 온 의미가 충분하고도 넘쳤다. 무엇보다도 호도협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특히 레이가 기억에 남는다.
중국 천사청년 레이는 호도협행 버스에서 만났다. 레이는 키가 크고 순박한 얼굴을 지닌 중국청년으로 나시객잔서부터 트레킹 초반에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을 수가, 그를 보며 나는 천사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덜렁 혼자 호도협에 와서 중알못에 단단히 얼타는 내가 불쌍했는지 레이는 계속 내 옆에서 번역기를 돌리며 살뜰히 나를 보살펴주었다. 거의 가이드 수준으로 보살펴주어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민망했다.
혹시 등산 스틱이 필요하니? 여기에서 등산 스틱을 빌릴 수 있대. 조금 힘들면 잠깐 쉬다가 다시 걸을까? 음악 들으면서 걸을까? 혹시 여기 혼자 온 거야? 너 정말 용감하구나. 우린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번역기 한 마디 한 마디에 그의 따스함과 배려는 확실히 전달되었다. 트레킹 초반에 우린 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레이는 나에게 너무 고맙고 또 고마운 천사청년으로 각인되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레이의 위챗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다. 으! 레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위챗을 물어보지 않다니, 나는 정말 바보다, 바보. 위챗을 물어봤더라면 호도협에선 정말 고마웠다고, 나중에 혹시라도 서울에 오면 연락하라고 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