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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강재 Jun 23. 2016

지도

아직도 가야 할 길



삶은 고해다.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삶은 고해다.

이를 받아 들여야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인생에 빛은 없다, 어둠 뿐.
다들 그렇게 사니까 견뎌라.
견디고 견딘 니가 죽어 환생하면

높은 영혼을 갖게 된다.
역시 무소유가 최고입니다.
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는 사랑이랬다.

의사가 쓴 책 답다.

이 책을 쓴 정신과의사는
진료를 보며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랄까.
직접 보면 좀 무서울 것 같은 사람이다.

'단디해라'
이런 말을
툭 뱉고 갈 것 같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삶의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정답을 주냐면, 그건 또 아니다.

그냥 좀 날카롭게 사실을 말할 뿐이다.

정답 아닌 방향을 준다.


이 의사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모든 사람은 어떤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대강 회피한다.


왜냐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엔
난 너무 게으르고 귀찮고
또 아무일도 아닌 일로 덮어버리고 싶으니까.
나는 아무 문제가 없는 행복한 사람이고 싶고
그러면 편하니까.

그렇게 살다 신경증 같은 병에 걸린단다

곪은 정신은 짜내지 않으면 곪아 터져서.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이런 말,

이 의사한테 하면

등짝 후두려 맞을 것 같다.

하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시간이 해결해 준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내가 괴로워한 거다.


살면서 겪는 문제들.

고장난 자동차나 망친 시험이나

미끌어진 승진이나

날 떠난 그 새끼나

내가 떠나 온 그 놈이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편안한 행복이 빼꼼 쳐다보고 있는데

니네가 귀찮아서 해결 안한다는 거다.


참 의사답다.
'편도염입니다.
식후 약 세번 먹고 삼일 뒤 안 나으면 다시 오던가'
이런 말투로

 '네가 원하는
단순하고 고민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행복이란 없다. 게으른 니탓 임'

이라고 말한다.

그 문제 해결을 하는 법을 배워가는게 인생인데
사람들이 외면만 하느라

진정한 행복을 갖지 못한단다.

그러다가 불행해져 정신병을 앓는단다.


아담과 이브가 탐낸 사과가 원죄가 아니라
게으름이 원죄란다

그리고 걔네가 사과를 먹은게 문제가 아니라

그걸 먹으면 왜 안되는지

생각을 하지 않은게 문제랜다.

지도를 만들어 나가는게

인생인데
인생은 변화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지 못해
지도 그리기를 멈추고 안주한단다.

안주하면 편하니까.

중학생때 그린 지도로 안주하는 사람도 많단다.


그러고보면

어른이 됐다고
잘못된 길을 가면서

지도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난 어른이니까.

처 자식도 있고

결혼도 해야하고

내가 바뀌면 쟤가 날 떠날지도 몰라.

내가 바뀌면 내가 쟬 떠날지도 몰라.

용기를 막는 그런 것들.


사실
용기가 없어서 라기 보다

그 뒤에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너어무 귀찮아서다.

회사 이직조차 귀찮은 이 마당에

삶을 바꾸겠는가.

이 의사는 이 지도란 걸
내 삶이 끝날때까지 고쳐야 한단다.

그래야 행복하단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사는건 경험하는 거랬다.

꽃향기를 경험하고

친구를 경험하고
사랑을 경험하고

배고픔을 경험하고

질투도 경험하고

여유를 경험하고

모든 걸 겪는게

사는 거랬다.


'그냥 경험이라고 생각해라'

이런 명언이 이래서 나왔나

적당히 친한 사람 고민 들어주긴 귀찮고

위로는 해야 겠을때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문제를 직시한다는 것과

경험한다는 것의 차이는

뭘까.


그럼 경험하지 못하고 일찍 죽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죽어 어쩌나.
그래서 윤회 사상이란게 나왔나.

살아남은 사람들 맘을 위로하려고.


먼저 간

내 새끼, 내 부모님, 내 연인, 내 친구

다시 잘 태어나 겪으면 될테니까.


또 다른 행복에 대한 견해도 있다.

중앙일보에서 읽은 칼럼인데

심심한 인생에 대한 글이다.


'후배가 자꾸 절 무시해요'가 주제인

연재물 아래에

작은 박스로 낑겨 있었다.

이 글도 정신과 교수가 썼다.


심심한 인생이 무료하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단다.

...

다들 나랑 같구나.

...


이 교수는

심심한 인생 살기 연습을 권했다.

너는 행복이란 말에 너무 강하게 반복 노출 돼서
행복 중독에 걸려있다
심심한 것은 곧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짜릿한 인생과
강렬한 자극만 원하면

행복을 느끼는 민감도가 떨어져

행복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고.
좀 비어있는 듯한

심심한 인생에서 찾아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연습을 권한다.





힘내자

우리는 문제를 해결 할 훈련도 해야하고

심심한 인생을 즐기는 연습도 해야 한다


참고로

'후배가 자꾸 날 무시해요'

연재물에 대한 대답은

인간의 본성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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