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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sun 리선 Oct 21. 2022

흰머리 소녀의 그림일기

퐁시리 탄생



환갑의 장을 맞아 인생의 한 단계를 더 올라서며, 인생의 여정을 돌아보았고, 시간과 함께 흘렀던 내 삶 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갱년기 우울증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건 마치 먼 나라 이웃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만큼 나 자신과는 거리가 먼 문제였다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갱년기의 변화로 인해 내 감정이 어느새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불필요한 짜증과 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나를 휩쓸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가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 특히 괴로웠다.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건 남편이었다. 그만큼 나와 가까운 사람이면서도 매일 얼굴을 보고 말을 나눠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내 내면의 불편함이 그대로 그에게 툭 퍼져나갔던 것이다.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 같은 기분으로 연속되고 있었고, 나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남편의 심기를 건드리는 듯한 말들로 힘겨운 상태로 만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예전에는 이렇게 잔소리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조용하고 속으로 생각을 하며 묵묵히 행동하는 스타일이었고,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변한 나 자신에게 어색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독서클럽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영어 원서를 읽어보며 지식을 늘려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잠시동안만 간직하고 있는 흥미였다. 금세 지쳐서 포기하거나 중단하곤 했다.

나 자신의 변화에 실망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나도 더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얼마든지 시도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블로그를 꾸미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어느 날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언니의 그림이 국전에서 특선 수상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나 자신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언니가 뭔가 열심히 도전하고 성취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예전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며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나에겐 그림이라는 소중한 재능이 있었어! 그렇다면 다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보자!"

내 마음이 들뛰었다. 그 결심을 마음먹자마자,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언니가 다니는 화실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그 화실에 등록하였고, 그것이 다시 나의 그림 그리기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화실에 가서 오전에는 크로키를 그리고, 오후에는 유화를 그렸다.

유화를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으나, 공백기간이 꽤 길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손끝으로부터 색채와 형태가 만들어지는 마법을 경험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 마음은 그림에 푹 빠져들며, 주변의 잡생각들은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시작한 나만의 예술적인 여정이 나를 굉장히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패드를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에도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이모티콘 만들기에 흥미를 느껴 해당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 수업을 통해 나는 이모티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고, 함께 수업을 듣는 회원들과의 시간도 큰 기쁨이었다.   

  

이렇게 나의 창작 열정은 나를 더 멀리 이끄는 길을 보여주었다. 나의 첫 캐릭터 "퐁시리"가 탄생하게 된 것도 그런 시도의 결과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손녀 모티브에서 출발한 캐릭터였지만, 그릴수록 나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나의 내면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되었다. 퐁시리의 이미지를 유화에도 녹여내며 내 작품은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그림 그리기와 창작 과정을 통해, 나는 갱년기 우울증과도 이겨냈다. 그림은 나에게 치유와 힐링을 주었고,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나와 같은 감정을 공감하며 힘을 얻는 것 같았다. 이렇게 그림을 통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치유하면서, 갱년기의 우울증은 사라져 갔다. 나에게 그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더 나아가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도구로 변해갔다.     


이제 나는 언제든지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가 새로운 시작의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나는 그림을 통해 얻은 행복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림을 다양한 플랫폼에 공유하고 전시회에 참여하며 나를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늦은 때에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그림과 예술은 언제든지 변화와 발전을 통해 새로운 행복을 찾아줄 수 있는 동반자라는 것을 나는 확신했다. 이제 나는 내 작품을 자신 있게 세상에 선보이며, 앞으로의 여정을 계속해서 채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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