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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인 Feb 18. 2023

내 인생의 주체가 된다는 것

  오늘 공개사례발표회(상담사례에 대해 슈퍼바이저와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는 시간)의 화두는 ‘삶’이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는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의 문제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내가 주인(주체)이 되는 삶.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 그러려면 나의 마음을 잘 자각하고 49:51 중에서 51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을 자각하는 것이 참 어렵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떤 날은 욕심껏 다 잘하고 싶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하니까 어떤 게 진짜 마음인지 모르겠고 선택하기가 어렵다. 남의 눈치를 보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선택하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 편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 뒤 책임을 지는 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진짜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걸 수도 있겠다.

  지난 2주간은 눈 뜨고 싶지 않고 골방에 들어가서 잠만 자고 싶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고 핸드폰으로 연락 오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우울함은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지니까 밖으로 나가서 햇빛도 쐬고 사람들도 만나는 게 좋은 것을 알면서도 하기가 싫었다. 이럴 때 내가 하기 싫다고 해서 집에만 있는 것이 좋은 선택인가? 아니면 당장 싫어도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가? 출근하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 싫어서 이틀 동안 아프다고 연차를 내고 집에 누워있었다. 이건 좋은 선택이었나? 잘 모르겠다.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산다는 말은 너무 거창하게 들리고 명확한 방향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렵게 느껴진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가짐밖에 없다. 내가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내 마음을 잘 자각해서 그에 따른 선택을 하고 책임지며 삶을 살아가는 것. 의무로 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양극성장애로 인해 불행하고 힘들다고 절망하며 살아갈 것인가,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일상에서 좋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향유하며 살아갈 것인가는 나의 선택이다. 이건 분명히 후자를 선택하고 싶다. 앞으로의 인생계획과 방향을 정하기에는 너무 막막하지만 당장 한 발을 어디로 내딛을 것인가는 지금-여기의 선택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걱정도 많고 남의 눈치도 많이 보기 때문에 내면에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음을 자각하기 어렵고 그게 나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정해두지 않는다면 잘못된 선택도 없지 않을까. 지나고 보면 지그재그로 갈팡질팡한 모든 선택들이 모여서 나만의 그림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정답을 찾으려고 고민하며 선택을 남에게 미루기보다 지금-현재를 알아차리고 순간의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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