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6 | 눈물 흘린 날
[제2막] 풍경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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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은 집에 돌아와서 울었다. 펑펑 운 것이 아니라, 눈물을 찔끔 흘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울긴 운 것이다. 눈물 한 방울이나 꺼이꺼이 대성통곡한 것이나 울기는 매한가지이니까.
휘영은 자기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휘영은 오늘 산에서 너무 외로웠다. 조실부모하고 형제자매 없이 떠도는 신세라서 그런가? 그런 점도 있다. 휘영은 고모 집에서 자랐다. 부모가 이혼하고 둘 다 자기 갈 길로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모가 네 살 된 휘영을 떠안았다고 한다. 나쁜 것들. 자기들 편하자고 어린 딸을 버려? 그러나 어떻든 휘영은 고모 밑에서 그런대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고모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는데, 마치 휘영을 친자식처럼 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모는 고모다. 키운 정은 있지만 낳은 정은 없는 고모. 그래서 그랬나, 휘영은 고등학교를 지방에서 나온 뒤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왔다. 그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일하면서 방송통신대를 나왔다. 그 뒤 다시 지방의 한 대학에 편입해서 졸업한 것이다. 악착같이 공부한 덕에 성적이 최상위권이어서 그것이 취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같이 사는 언니 소연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중고등학교는 지방에서 나왔지만 대학을 서울로 간 다음 지금 교사를 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 집안이 지방에서는 제법 부농에 속해 오피스텔도 하나 사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 휘영은 거의 얹혀사는 셈이다. 관리비 일부만 부담하고. 우연한 기회에 고등학교 선생님을 통해 선배인 소연을 알게 되어 휘영은 무조건 전화를 걸고 찾아가 보았다. 그랬더니 소연은 그 선생님이 미리 전화를 걸어서 휘영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다고 하며 들어와서 함께 지내자고 흔쾌히 대답해 준 것이다. 게다가 소연은 얼핏 보기에도 귀티가 나고 얼굴은 도도한 듯한 느낌이 든다. 아무하고나 상대하지도 또 상대하게 하지도 못하게 할 것 같았다.
그에 비하면 휘영의 주변 환경은 초라한 편이다. 모든 면에서. 그러한 반면, 그동안 나름대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덕에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다. 휘영이 그렇게 평가한 것은 아니고, 남들이 그렇게 말해 준 것이다.
그러나 사실 휘영 자신은 나약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늘 자신감이 없고, 딱 부러지게 결정도 못 하며, 무엇보다도 약간의 열등의식이랄까 그런 것이 잠재해 있는지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남자들 앞에 가면 괜히 위축이 된다.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요즘 세상 아무리 배경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같은 조건이면 휘영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찾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그렇지만 휘영에게도 히든카드가 하나 있다. 아니, 히든카드가 아니라 너무도 잘 보이는 카드지. 그것은 휘영이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칼 한번 대지 않았는데도.
그런데도 휘영은 내면적으로는 늘 자신이 없다.
아마도 천성인 모양이다.
[다음 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