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신들의 행진곡ㅂ
봄한살이, 사전이나 인터넷에는 나와 있지 않다.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이의 마음에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단어. 봄이 되면 우리 모두 한 살배기가 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계절이니까. 새해가 1월부터 시작된다고 해서 한 해의 순서를 겨울봄여름가을(다시겨울)이라고 하는 이는 없다. 만국 상식언어 ‘봄’여름‘갈’겨울. 새해가 시작되는 날 대문에 붙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 또는 신춘가절(新春佳節). 즉, 봄에서부터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1월 한파에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어도 마음만은 이미 봄이 아니던가.
봄한살이는 ‘봄나들이 가는 한 살짜리 어린아이’를 뜻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순전히 문어적 해설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 그 시작이 되는 봄, 한 해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모두 봄한살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된다. 하루살이가 하루를 시작하듯,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땅속에서 기어나오듯 새로움을 향한 첫 발, 그것이 바로 봄한살이의 여행이다. 봄한살이는 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는데(누가?), 이 말은 또한 봄이 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 모든 생명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봄이 오면 어딘지 정다운 단어들도 떠오른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봄바람, 봄비, 봄나들이, 봄나물, 봄내음, 봄아지랑이, 새싹, 흙냄새,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봄처녀…….
우선 땅 냄새.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속에서 무엇인가 꿈틀꿈틀. 혹 ‘꿈틀꿈틀’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 이리저리 몸을 움직거리는 것 말고. 봄이 되자 땅속에서 애벌레들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기어나오는 모양이나 그런 것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그래, 꿈틀꿈틀은 어쩌면 꿈을 틀고 틀어서 새로운 꿈들이 또다시 마니마니 일어나는 것은 아닐는지. 긴긴 겨울 기나긴 잠 속에 꽁꽁꼭꼭 감춰두었던 꿈들이 세상을 향해, 저 푸르고 푸른 하늘을 향해 일어나는 것. 그래서 꿈을 틀고 틀어서 누에가 실을 자아내듯 그렇게 끝도 없이 한도 없이 저 하늘 꼭대기까지, 저 광활한 대지 끝까지 수없이 많은 꿈들을 펼치는 것 말이다. 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진다. 나의 꿈, 너의 꿈, 우리 모두의 꿈이 그렇게 해서 광대하게 펼쳐진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그 꿈을 따라 봄의 향기들도 퍼지겠지. 멀리 멀리, 우리들의 대지 저 멀리로, 푸르고 푸른 하늘 너머 저 광활한 우주 끝까지. 그리하여 온 우주가 봄을 노래하며 밤하늘에는 별들의 오케스트라가 울려퍼지겠고, 우리의 대지 위에는 온갖 생명이, 꽃들이, 풀들이, 나무들이, 새싹들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 꿈, 꿈들이 살아나서 퍼져나가겠지.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지 않을까? 정치꾼들의 사기질, 돈벌레가 되어가는 우리 불쌍한 인생들의 욕심질, 더 높고, 더 많고, 더 찐득하게 무조건 덤벼드는 우리네 한심질, 그런 것들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 모두 봄을 따라 한바탕 놀아 보심이 어떨지……. (얼쑤~)
이렇게 신명날 때는 봄아가씨를 맞이함이 옳을 듯한데, 모두들 동의하시는 것으로 알고 봄아씨들을 초청해 보겠소. 아가씨든 아씨든 모두모두.
아씨들의 행진에 앞서 우선 봄 단어들 퍼레이드부터 시작.
봄꽃, 봄구경, 봄꿀, 봄기운, 봄나기, 봄나물, 봄날, 봄노래, 봄놀이, 봄대첩(?), 봄도리, 봄돌이(봄달이 동생), 봄맞이, 봄메아리, 봄물, 봄바람, 봄방귀(크~), 봄비, 봄사랑, 봄새싹, 봄색, 봄소리, 봄소식, 봄순이, 봄옷, 봄잠, 봄지랄(?), 봄찬가, 봄처녀, 봄철, 봄총각, 봄한살이, 봄한숨, 봄햇살, 봄향기……. 게다가 그 못된 봄감기(에고~)까지. (여기에서 ‘봄대첩’은 봄에 크게 이긴 전투. 예를 들어 살수대첩 같은 것.)
다음으로 봄 벌레와 봄 버나비들 총동원해서리 봄 행진곡에 맞춰 처벅처벅, 꿈틀꿈틀, 살랑살랑…….
그 다음 순서로는 봄 향기가 사르르……. 흙냄새, 풀냄새, 따스한 공기 냄새, 파릇파릇 새싹 냄새, 생명 돋는 기운찬 냄새, 너도 나도 싱긋생긋 미소 냄새, 발걸음 가벼운 착착착 그 냄새, 손등마다 손바닥마다 간질간질한 아리리 냄새, 집집마다 먼지 털어내고 난 뒤 향긋한 냄새, 아기 귀저기 빨랫줄에 걸려서 따스한 햇볕 쬐는 포르르 냄새, 다람쥐랑 애벌레랑 나비랑 모두들 포롱포롱 고개 내밀고 봄 냄새 맡는 고(?) 코끝에 아려 있는 아리한 냄새, 멀리 초가집에서 사르르 피어오르는 굴뚝연기 콜콜한 냄새, 겨우내 장롱 뒤쪽에 쑤셔넣었다가 냇가 빨래터로 옮기는 퀴퀴한 양말들의 합창 냄새, 하도 이를 많이 잡아서 옷들마다 불긋불긋 자국 가득 꿀꿀한 옷가지들에서 살금살금 피어오르는 삶의 냄새 등등등이 기운차게 팔다리 쭉쭉 뻗고 나아가는 씩씩한 냄새, 냄새, 냄새들의 행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환상 또는 환영 판타지인……, 봄처녀들의 뒤죽박죽 아리따운 행진 퍼레이드!
온갖 봄꽃 흩날리며 봄의 교향악을 비롯한 세상 모든 봄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우리 모두의 아리따운 봄처녀들이 꽃잎 흩날리며 사뿐사뿐 행진하는 장엄황홀한 모습.
그리스와 스칸디나비아 신화 속 봄의 여신인 페르세포네(Persephone)와 에오스트레(Eostre),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이자 봄의 여신이기도 한 셀레나(Selena), 영국 켈트족의 봄의 여신인 브리지드(Brigid), 한국 여의도의 여신인 여의(汝矣), 봄철에 들과 산에 신선한 공기를 가져다주는 산새우리(산양귀비, 산수유, 토끼풀 등), 봄철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나무들(벚나무, 매화나무, 목련 등), 로마 신화의 봄의 여신 플로라(Flora), 중국 신화 속 봄의 여신인 춘화(春華), 남미 아즈텍 신화 속 봄의 신인 코야테킬(Koyahtequil), 그리고 경주의 여신 월아(月娥)와 충주의 여신 문정희(文貞姬) 등등…….
이제 피날레 순서로 ‘믿거말거’ 이론인 봄이라는 단어의 유래 행진이 이어진다.
첫 번째는 ‘부’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다는 설. ‘부’는 봄철에 화르르 생겨나는 이끼나 미생물 등을 말하는데, 이를 나타내는 한자가 ‘아(芽),’ 즉 ‘싹’이다. 여기에서 ‘부’와 ’芽‘를 합쳐서 ‘부암(芽菴)’이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이 말에서 봄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아주아주 이상한 설, 말, 전언, 짐작.
두 번째는 ‘밤’이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밤’은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을 나타내는 24절기 중 하나로 쓰이기도 했는데, 겨울이 지나 춘분이 지나면 곧바로 봄이 시작된다는 뜻에서 봄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도 한다. (아이고~. 휴우~)
봄봄봄 봄이로다
봄봄봄 봄이로다 봄이야 봄이로다
봄봄봄 봄이왔어 봄봄이 왔소이다
봄이가 봄녘따르르 오지랖게 왔수다!
얼쑤야 절쑤이야 더덩실 더덩더덩
어제도 그저께도 아니고 바로오늘
왔어요 봄이봄이가 덩그마니 왔어라!
냉이랑 달래달래 민들레 홀씨입고
사뿐히 하늘하늘 가벼히 홀라홀라
온동네 잔치벌이듯 아르르르 왔어요!
저넘어 언덕넘어 아지랭 아지랑이
지렁이 지렁지렁 꾹검틀 옴직옴직
땅구멍 고개내밀고 봄봄이가 왔구나!
작년에 왔다하고 올해는 안오려나
고개를 삐쭉삐쭉 내밀어 둘러보니
아글쎄 언제왔는지 봄봄이가 왔소다!
한겨울 꼭꼭꼭꼭 얼음장 꽁꽁꽁꽁
겨우내 설워설워 이불솜 꼭꼭눌러
싸매고 눌러감아둔 봄소식이 왔다오!
어히랴 저히이랴 우리네 봄둥이가
신명나 얼싸얼싸 왔구나 왔어왔어
아이구 방가반가워 손잡고서 더덩실
봄봄이 왔어왔어 왔어요 봄이봄이
얼씨구 저절씨구 어절쑤 어절씨구
봄이가 신명받치게 아르르르 왔구나!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