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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Jun 16. 2023

ART & The Art of East Asia


 첫번째 책 | ART     


‘예술은 우리의 일상에서 묻은 영혼의 먼지를 깨끗이 털어내 준다’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91세 사망, 스페인) [피카소는 스페인 말라기에서 태어났으나 미술활동은 주로 프랑스에서 했으며, 화가이자 조각가]     



이 책은 그대의 가정을 온 세상의 문화로 꾸며진 갤러리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역사상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700여 명의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 실린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의도와 의지, 그리고 그들의 예술과정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테마별 미술관을 통해 각각 다른 시대와 다른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동일한 주제, 예를 들어 풍경이나 누드 및 동물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뒤표지의 말’ 중에서



여기 소개하는 《ART》는 612쪽, 크기는 28.5×33.7cm, 두께 4.8cm의 대형 책이다. 30cm짜리 자를 가로세로로 대보면 가로는 조금 작고, 세로는 조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러한 책들은 정가가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부유하게 보이는 고객에게는 왕창 받고, ‘없어 보이는’, 즉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아마 공짜로 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데도 내가 굳이 서점 주인에게 돈을 쥐어주면서까지 이 책을 산 이유는 단 한 가지. 즉 과시욕이다.

    하지만 내가 무슨 주제로 돈을 과시하겠는가? 크기도 두께도 이따만 한 책들을 서가에 잔뜩 꽂아놓고 펼쳐놓고 하면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나는 그냥 저 혼자 흐뭇해지기 때문이다. 마치 미술관 관장이나 된 듯이. 내 서재에는 이 책보다도 훨씬 큰 대형 책들이 꽤 많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책들은 내가 보기에도, 또 남들에게 과시하기에도 딱 좋은 자랑거리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막상 사람들이 내 서재에 들어와서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반응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죄다들 그냥 흠, 하고 슬쩍 보고는 눈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우이, 씨!)



그래서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나 혼자 널찍한 테이블에 내 과시용 책들을 하나하나 펴놓고 고독을 음미하듯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게 된다. 쓸쓸하게. 씁쓸하게.

    하지만 투덜투덜 책장을 다 넘기고 책을 탁 닫는 순간 나는 갑자기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이 된 듯이 어깨를 주욱 펴고 내 초라한 서가를 쓰윽 탐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스스로에게 위안을 얻으면 책 자랑이 끝나게 된다. (참, 하나 밝혀둘 게 있는데, 내 미니미니 도서관에는 활자만 가득한 책보다는 그림과 사진이 잔뜩 실린 책이 주를 이룬다. 눈요깃감. 그러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외국어 사전 찾아가며 쩔쩔매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두 책은 굳이 설명하지 않으련다. 그냥 사진만 보면 알 수 있는 그저 그런 책이니까.    

 

또 한 권의 책 | The Art of East Asia     


 

    전체 | 694쪽 중

    중국 | 284쪽, 41%

    인도네시아 | 67쪽, 10%

    크메르 | 100쪽, 14% 

    동남아시아 | 21쪽, 3%

    일본 | 175쪽, 25%

    대한민국 | 29쪽, 4%     

    기타(목차, 색인, 해설 등) | 18쪽, 3%

    (위는 이 책의 목차 순서)     

    

위의 수치는 여기 소개하는 또 한 권의 책 《The Art of East Asia》에 수록된 아시아 국가들의 비중을 표시한 것이다. 가로세로 27.5×31cm, 두께 6.5cm의 아주 우람하고도 두툼한 책. 동아시아의 역사 유물을 소개한 이 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4%에 해당한다. 하긴 ‘동남아시아’처럼 기타 등등의 뭉뚱그린 그룹에 들어가지 않고 ‘Korea’라는 단독 부스(?)가 설치되었으니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겠다. 비록 끄트머리에 배치되긴 했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의 문화와 문물이 중국에 비해 3분의 2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5천 년 이상 되는 중국의 역사 및 문화와, 근대 들어 개화가 된 섬나라 일본의 비중이 그 정도가 되는 것일까? 그것도 자체적인 문자도 갖지 못하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섬에 갇혀서 거의 헐벗다시피 했던, 그래서 왜소하다는 왜(倭)라는 한자를 집어넣었던 일본의 문화가 한국을 넘는 것은 물론 중국과 거의 비등한 수준이었다는 말인가? 일본이 고대로부터 근대 이전까지 세계사적으로 문명과 문화에 제대로 기여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는 사실상 일본이 150년 전 근대화를 이룬 이후 그 자본력의 힘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극동아시아에서 서양문물에 문호를 열고 선진문명을 받아들인 때가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은 1868년, 조선의 갑오개혁(갑오경장)은 1894년, 그 차이는 겨우 26년. 그러나 30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기에 우리가 왜놈이라며 멸시하던 일본은 서양 오랑캐(?)와 맞서는 국력을 갖췄고, 그때부터 우리는 선진 열강들의 먹잇감이 되다가 결국 일본의 속국이 되고 말았다. (선조님들, 부끄럽지도 않소?)



사실 우리의 역사와 문명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부심을 가질 만큼 우수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제 와서야 K-문화가 세계 각국에 파고들고 있어서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사실 세계사적으로 보면 한국의 문명은 그리 크게 기여한 바가 없는 것 같다. 위아래로 끊임없이 괴롭히는 적들이 있어서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에도 급급했던 반만년이었으니. 물론 이제 와서야 전세계적인 명품 대명사 ‘K’를 만들긴 했지만, 아직도 인류문화사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안타깝게도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물론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암울하고 우울하고 참담했던 과거는 앞으로 우리의 국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빛이 달라진다. 장밋빛인지, 퇴락의 색인지.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서부에서 현재로서는 한국과 한국 문화, 한국 제품은 거의 최상위 등급이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 열강이었던 제국들의 입김은 여전히 태풍급이다. 영토나 인구나 역사나 문화면에서 과거부터 최상류를 달리던 그들의 저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내려다보려 했던 국가들의 추격은 가히 무서울 정도의 기세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나는 책에 주목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아니라 책. 책이 곧 문화며 국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입하는 책이 많은지, 아니면 수출하는 책이 많은지. 즉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은지, 아니면 우리를 배우려 하는 것이 더 많은지 말이다. 문화는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실상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인다. 선진의 문화는 그냥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따라가려 하고 배우려 한다. 우리 문화를 배우려 하는 사람이 많은지, 우리가 배울 문화가 많은지, 그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바로비터는 바로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언한다.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외국 책이 많은지, 아니면 외국인이 갖고 싶어하는 우리 책이 많은지 말이다.

    자,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문화는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흐른다. 퍼져나간다. 넘친다. 범람하여 온갖 곳으로,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삶 곳곳에 파고든다. 그리하여 문화의 강자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라 함은 곧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말하는 것이 아닐지. . . )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내가 남들을 많이 모방하는가? 아니면 남들이 내 문화를 더 탐내며 따르려 하는가?

    이 글은 여기에서 멈추며, 이 책에 소개된 일부 글을 소개하면서 잡설을 마친다.


‘엄청난 건축물, 그림, 수공예품, 그리고 일상용품과 조각, 춤, 문자서체, 시와 같은 것들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찬란하고도 호화로운 문화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문화는 그들의 영역을 넘어 확장되어 나아가서 결국 서구문화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신석기 시대의 석기문명에서부터 시작하여 수 세기에 걸친 아시아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 ‘The Art of East Asia’ 앞날개 중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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